경계가 무너지면 문제가 시작된다

삶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대부분 경계가 무너질 때 발생한다. 관계에서의 적절한 경계 설정은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다. 경계선이 없거나 모호할 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이는 가족, 친구, 직장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다. 한 번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친구가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는 모든 걸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어머니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조용한 반항의 심리학

‘동의 일 하라면 서의 일 한다’, ‘날 잡아 잡수시오 한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고집스러움이나 완고함을 물리지 않는 사람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수동공격성(passive-aggressive)의 사람들이 주로 보이는 행동으로, 분노를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공격성을 감추기 위한 것으로, 겉으로는 수용적인 태도를 취하지만 드러나지 않는 행동으로 일의 진행이나 상황개선을 방해한다. 공개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확실하게 보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대적으로 낮은…

고요 속의 힘: 아무것도 하지 않기

작년 가을, 친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다.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로 인해 힘들었던 나는 친구의 죽음이 미칠 영향을 두려워하며 감정을 억누르기에 급급했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담담해 보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슬픔을 극복하려고 노력할수록 우울과 불안의 깊이는 더욱 깊어져 갔다. 근 10개월 동안 무너진 정신을 회복하기 위해 걷기, 기도, 마음을 돌보는 책 읽기, 침묵의 영성…

딸의 고양이가 가져온 뜻밖의 감정

2023년 기준, 우리나라 약 28.2%의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된 기술과 제품들도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개통령’이라 불리는 강형욱 씨에 관한 뉴스가 보도되면서 반려동물 문화와 이를 키우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에 대한 시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반려동물은 주인의 연장자아(Extended Self)의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하며, 대상만족을 통해 주인의 정체성, 정서적 안정, 사회적…

판단을 넘어 자비로 다가가는 길

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열정을 쏟으며 공감과 경청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일에 헌신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상담 전문가인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저서와 강연에서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는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저항감을 일으키며 신뢰와 공감을 약화시켜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진정한 경청과 공감이 더 효과적인 대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 접근…

5월의 그늘:역기능 가정에서 자신만의 길 찾기

5월은 특별한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 가족과 관련된 다양한 기념일이 포함되어 있어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고 가족 간의 유대를 강화하는 시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가족들이 서로의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하며 가족의 소중함을 기리는 행사와 모임이 줄을 선다. 지갑이 가벼워지는 것을 넘어서 기쁨이 배가 되는 시즌이다. 그러나 모든 가정에서 5월이 긍정적이고 아름다운 의미를 갖는 것은 아니다.…

삶의 풍경을 바꾸는 철학적 여정

한 참 공부에 열중하던 시절, 철학책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철학 서적을 선택하는 데에는 항상 망설임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철학자들의 이름으로 지어진 책들이 나열되기 시작했고, 손 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에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 전에 읽던 것과는 달리, 간단하게 사상을 이해할 수 있고 삶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자기중심적 바람인가, 진정한 마음인가

살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때론 의도치 않게, 때론 무심코, 때론 자신도 모르게.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상처를 입힌 그 사람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고뇌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망설임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삶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훈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도…

모든 모성은 위대하지만 모든 방법이 옳진 않다

어머니가 팔순을 훌쩍 넘으시면서 나에게 묘한 감정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자주 찾아뵙지 못해 죄송한 마음에 거르지 않고 안부 전화라도 꼬박꼬박 드렸었는데, 어느 순간 어머니 전화번호를 누르려다 망설이고 있는 나를 발견하였다. 드라마에서 전화기를 손에 들고 무어라 끄적이다가 아니다 싶어 지워버리는 장면처럼, 툭 내려놓고 돌아서는 내 모습이 참으로 이상하였다. 부모는 자식한테 평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