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는 대부분 경계가 무너질 때 발생한다. 관계에서의 적절한 경계 설정은 심리적 건강을 보호하는 중요한 요소다. 경계선이 없거나 모호할 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갈등에 휘말리게 된다. 이는 가족, 친구, 직장 등 모든 인간관계에서 마찬가지다.
한 번은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친구가 심각한 고민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친구는 모든 걸 간섭하고 통제하려는 어머니로 인해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친구는 어머니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지만 점점 지쳐갔고 우울감에 잠 못 드는 날들이 많아졌다. 이 문제의 핵심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자신의 경계를 명확히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는 딸의 경계를 존중하지 않았고 딸은 어머니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압박 속에서 삶의 방향을 잃어버렸다. 이처럼 경계가 무너지면 타인의 요구와 기대에 끌려다니게 되고 심리적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경계를 설정하거나 심리적 경계선을 긋는 것이 신앙의 태도와 맞지 않는다고 흔히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성경은 이웃을 사랑하고 서로 돕고 희생하는 것을 강조하지만 동시에 자아 존중과 자기 관리의 중요성도 간과하지 않는다. 성경은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가르치며(창세기 1:27), 이는 우리가 존중받고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또한 예수님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고 가르치셨다(마태복음 22:39). 여기서 ‘네 자신’을 사랑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서는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는 없다. 하나님께서 안식일을 제정하신 것은 우리가 규칙적으로 휴식을 취하고 재충전할 필요가 있음을 말씀해 주시는 것이다. 예수님도 공생애 중에 때때로 사람들로부터 떨어져 기도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셨다. 경계 설정의 중요성을 보여주신 것이다. 성경은 우리가 서로를 돕는 것을 가르치지만 동시에 개인의 책임도 강조한다(갈라디아서 6:5). 우리가 서로의 짐을 나누어져야 하지만 각자 자기 몫의 짐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계에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은 타인의 필요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건강한 방법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게 한다. 이는 예수님의 ‘사랑의 균형’과 맞닿아 있다. 사회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경계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들은 타인의 감정에 민감하고 깊이 연결되기를 원한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타인의 필요에 반응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지만 이러한 특성 때문에 에너지를 소진시키거나 원하지 않는 일에 끌려다니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경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타인과의 관계에서 피로감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먼저, 자신이 사회적 민감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이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인식을 통해 한계를 보다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필요와 한계를 타인에게 명확히 전달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에게 “저는 이 정도까지는 도와드릴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필요와 타인의 필요를 균형 있게 관리하기 위해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한다. 자신의 건강과 행복이 우선임을 명확히 하고 그 다음에 타인의 요구에 반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시간을 계획하고 다른 사람에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을 정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특정 시간대를 자신만의 휴식 시간으로 정하고 그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다.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자신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자기 돌봄을 통해 에너지를 회복하면 타인에게 더 건강한 방식으로 반응할 수 있다. 가족, 친구, 동료 등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중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약점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의 일부분이다. 경계를 지키는 것은 자신을 존중하는 것이며 타인에게도 존중받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모든 문제는 선을 넘으면서 시작된다. 심리적 건강, 건강한 관계 형성, 자아 존중과 자기 돌봄, 실용적인 조언과 방법 제시는 모두 경계를 지키는 것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우리의 삶에서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고 이를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숙한 관계를 위한 길이며 문제를 예방하고 해결하는 첫걸음이다. 경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살아간다는 것은 자신을 보호하고 더 나아가 모든 관계에서 진정한 행복과 평화를 찾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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