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태국에서 선교사 자녀(MK)를 위한 상담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라기보다, MK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실질적인 대안과 극복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선교사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을 떠나 국제적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연속이다.
사전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을 점검해 보고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도록 하였다. 함께 시간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발견하고 그 안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진지하게 참여했지만, 드러난 문제들은 그렇게 가볍지만은 않았다. “저는 항상 눈치를 보며 사는 것 같아요”라며 울먹였고, “이도 저도 아닌 언어 구사를 하는 것이 저의 실체에요”라며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누기도 했다. 선교사 자녀들은 부모의 사역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이주와 환경 변화, 언어 및 문화적 장벽 속에서 자신을 정립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그렇기에 정체성 혼란은 이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문제이다. 다른 문화 속에서 성장하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은 한국 청소년보다 더욱 복잡하다. 부모의 사역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거나 가족의 기대를 충족하려는 압박감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선교사 자녀들과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다층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으며 복합적인 문제와 가능성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그들을 지원할 때도 고유한 상황과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번 상담 캠프에서 인상 깊었던 점은 아이들이 보여준 강인한 태도였다. 그 강인함을 기반으로 선교사 자녀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구체적이고 지속 가능한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정신 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많은 선교사 자녀들이 정서적 어려움과 고립감을 겪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심리 상담과 정신 건강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둘째, 교육적 불평등 해소가 중요하다. 선교사 자녀들은 학업적 지원이 부족한 환경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재정 문제로 인해 제대로 된 교육환경을 누리지 못하기도 한다. 대학 입시와 같은 중대한 문제를 앞두고도 적절한 정보와 자원을 제공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사회적 지지망 형성도 필요하다. 선교사 자녀들은 낯선 환경 속에서 또래 친구를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또래 모임이나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공감대를 형성하여 도전에 대한 두려움을 더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나아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협력체로 발전할 수도 있다. 넷째, 부모 교육 프로그램도 병행되어야 한다. 선교사 자녀들이 처한 문제는 부모의 사역과 연관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부모가 아이들의 정서적‧사회적 어려움을 이해하고 이를 돕는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부모 대상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실제로, 선교사인 부모가 자녀의 정체성 혼란을 깊이 이해하게 되면서 가족 내 대화가 개선되고 아이가 부모와의 관계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된 경우가 있었다. 선교사 자녀들의 미소와 그 이면에 들어있는 이야기들로 인해 복잡한 감정에 빠질 때가 있다.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저 동정적으로 바라보거나 일반적인 청소년 문제와 동일시하는 실수를 범하곤 한다. 그러나 이들을 “특수한 환경 속의 피해자”로 보는 관점을 넘어서야 한다. 대신 가능성과 강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활성화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선교사 자녀들이 세계적인 리더로 성장하거나 다문화적 역량을 발휘하는 사례를 통해 우리는 이들의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단기적 해결책이 아닌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동행이다.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정책,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실질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선교사 자녀들은 단지 부모의 사역을 따라가는 존재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갈 잠재력을 지닌 하나님의 귀한 일꾼이다. 우리가 함께 고민하고 동행할 때, 이들은 그 도전을 넘어 더 큰 가능성을 실현할 것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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