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시계추
세상 살아가기 힘들다고 느끼는 이유는 세상이 내가 생각하는 대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 자신이 중심이 되어 다른 모든 관계들이 나를 둘러 싸주면 좋은데, 중심에서 외곽으로 밀려나기도 하고 외곽에서 다시 중심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그 간극이 우리를 고뇌하게 한다. 더욱이 상대방을 위한 좋은 의도의 말이나 행동이 오히려 상대방의 분노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거나 자신에게 화살이 되어 돌아올 때는 절망을 넘어 인생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된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아무리 개인주의가 팽배한 시대라 할지라도 결국 인간은 상호작용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그래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어떤 스트레스보다도 그 지수가 상승하게 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에 나는,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관계들에 대해 침묵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동안은 무수한 관계들 속에서 문제 자체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하고 서둘러 개선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관계가 쉽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었다. 나의 생각과 상대방의 생각에는 정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 젊은 내담자는 관계에 문제가 생겼을 때, SNS의 팔로우를 취소한다든지,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삭제한다든지, 다른 안전한 누군가에게 의도적으로 그 사람에 대한 흉을 본다든지 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과 스트레스를 조절했다고 한다. 그렇게 하는 것으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게 되거나 감정이 정돈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방법이다. 관계에 대한 의존과 인정 욕구를 내려놓거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나 역시 이러한 행동 양상이 궁극적인 해결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온라인상에서 관계를 취소할 수도 있고 관계 자체를 아예 끊어버릴 수도 있다. 내게 불만을 갖든, 나를 안 좋게 보든 그건 그 사람의 몫이니 나와 상관없는 일이라 접어 둘 수도 있다. 그러나 상호작용하며 살아가는 세상 속에서 관계의 시계추는 반드시 내 자신에게로 되돌아온다. 나의 문제만도 아니고 너의 문제만도 아닌, 관계와 관계 그 사이에 있는 실체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그 사이에 너와 나의 욕망이 충돌하고 있을 수도 있고, 성격적 차이가 충돌할 수도 있고,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내용이 담겨 있을 수도 있다. 이것을 들여다보기 전에는 관계를 외면하는 소극적인 시도나 관계를 개선하려는 적극적인 시도 역시 부질없는 노력이 될 수 있다.
살면서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고백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다고 고백하는 사람은 대인관계를 운영하는 방식과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좋은 사람은 가까이하고 나쁜 사람은 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차이와 다름을 정확하게 이해하면서 가까이 있는 사람은 가까운 대로, 멀리 있는 사람은 멀리 있는 대로 관계의 질량을 적당히 배분하여 사용해야 한다. 관계에 지치고 회의를 느끼지 않도록 긍정적인 생각으로의 빠른 전환과 부정적인 생각의 강도를 약하게 조절하는 버튼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살아오면서 늘 관계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면, 분명히 다른 사람인데도 과거에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과의 비슷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성장 과정을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부정적인 경험의 반복이 타인을 바라보는 왜곡된 필터로 자리 잡아 어그러진 관계의 틀을 형성한 것은 아닌지 가만히 자신의 내면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혼자보다는 둘이 더 낫다. 두 사람이 함께 일할 때에,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넘어지면, 다른 한 사람이 자기의 동무를 일으켜 줄 수 있다. 그러나 혼자 가다가 넘어지면, 딱하게도, 일으켜 줄 사람이 없다. 또, 둘이 누우면 따뜻하지만, 혼자라면 어찌 따뜻하겠는가?”라는 지혜자의 말씀이 가슴에 와닿는 날이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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