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어두운 밤, 광장에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린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얼굴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손에 든 촛불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은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리더십과 정치 구조에 대한 신뢰의 문제를 양산해 낼 것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정은 단순한 정치적 오판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극단적인 결정은 내면의 불안, 과도한 통제 욕구, 그리고 왜곡된 현실 인식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윤 대통령의 경우, 현실 상황을 과도하게 왜곡해서 해석하거나 자신의 시각에 갇혀 망상적 사고의 흔적을 드러낸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러한 심리적 경향은 외부의 비판을 적으로 간주하고 권력 유지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건강한 리더십을 양성하지 못한 사회적 구조에 대한 반성과도 연결된다. 이와 동시에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광장으로 향했다. 얼어붙은 날씨 속에서도 사람들은 단순히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정의를 향한 열망과 공공선을 위한 하나된 힘을 보여주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민주주의의 힘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사회적 회복과 화합의 가능성을 상징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은 국민들에게도 큰 심리적 부담과 피로를 안겼다. 분노와 좌절, 희망과 연대가 공존하는 복잡한 정서 속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손에 불빛을 들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변화의 방향을 명확히 요구하고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방안을 함께 찾고 모색할 때이다. 단순한 저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새로운 정치적 문화와 리더십의 기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빛이신 예수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에 맞닥뜨린 이러한 혼란은, 우리에게 특별한 메시지로 다가온다. 성탄은 어두운 세상 속에 임하신 하나님의 빛이다. 이 빛은 고난과 불의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희망을 상징하는 것이니 교회는, 이러한 메시지를 통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정의와 사랑의 목소리를 내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성탄의 빛은 단순히 개인적인 위로에 머물지 않는다. 촛불의 불빛이 모여 광장을 밝히듯, 성탄의 빛은 공동체 안에서 정의와 화합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데 앞장서며 불의한 권력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시민적 책임을 실천하는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교회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수께서 가르치신 리더십은 “섬김”에 기반한 리더십이다. 이는 권력을 도구로 삼아 타인을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헌신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교회가 섬김의 리더십을 본받아 사회적 갈등 속에서 화해와 치유를 도모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교회의 리더는 국민의 아픔과 혼란을 경청하며 그들의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회복의 길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예배와 기도 모임, 영혼을 돌보는 프로그램과 같은 공동체 활동은 상처받은 마음에 위로를 주고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전문적인 상담과 목회적 돌봄을 통해 정신적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을 함께 나누며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치유의 과정들은 사회 전체의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는 불의 속에서도 정의를 세우시며 고난받는 자들과 함께하시는 분이시다. 그 빛과 사랑이 혼란 속에서도 우리에게 희망이 될 수 있음을 되새기며 함께 회복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란다. 국민들이 촛불 행동으로 보여준 단결과 열망, 간절함은 우리가 함께 손잡고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 주었다. 이제는, 서로의 아픔을 경청하고 하나님의 정의와 사랑 안에서 진정한 치유와 화합의 길을 모색하는 숙제를 해야 할 때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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