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 될 거야
심리적 소진이라는 용어는, 1961년 미국 작가 그레이엄 그린(Graham Greene)이 [번아웃 케이스]라는 소설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한 건축가가 정신적인 고통과 환멸을 느껴 직업적인 성공을 뒤로하고 아프리카 밀림으로 떠나게 된다는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상담자는 스트레스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어 보다 적응적인 행동을 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정작 많은 상담자가 자신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다른 사람들을 돌보도록 훈련받은 상담자들은 자기관리를 간과하고, 내담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한다. 더욱이 상담에 대한 효과가 단기간에 드러나지 않기에 완벽하게 좋은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그러나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인간으로서의 상담자 자신이며, 가장 강력한 상담기법은 활기 있게 살아가고 현실을 직시하는 상담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담자가 자신의 스트레스와 건강관리에는 소홀한 채 내담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고만 한다면 스트레스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심리적 소진을 경험하게 된다. 소진한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관계 형성에 소홀해지고, 내담자들을 돌보는 것에 무심해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상담자는 자기 자신과도 거리감을 느끼게 된다. 결국 상담자는 인간적이며 전문적인 상담자의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고, 이러한 자각은 상담자를 더욱 소진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경험하게 한다. 이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대처하는 방안을 세우는 일은 상담자 자신의 정신적, 신체적 건강과 내담자의 안녕에 매우 중요하다.
선지자 엘리야는 심리적 소진을 이야기할 때마다 거론되는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매우 예민했고 우울한 성격적 특성이 있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성향이 있어서 그렇게 하지 못할 때는 자기 연민에 빠졌다. 갈멜산 전투에서 승리했지만, 엘리야는 성공 뒤에 오는 심각한 소진의 감정을 경험해야 했다. 그는 광야로 도망하여 로뎀 나무 아래에 앉아서 자기 신세를 한탄한다.
성경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지도자라도 끊임없는 사역과 스트레스에 약해질 수 있음을 알려준다. 일상적 삶이 유지될 수 없을 만큼 소진하게 되면 질병에 노출될 수 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몸을 가진 사람이기에 필요한 몸과 마음의 양식을 제공하시며, 잠을 자게 하고 쉬게 하신다. 엘리야의 소진 극복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음식과 물, 그리고 잠이었다. 천사는 그렇게 엘리야에게 떡과 물을 제공한 것이다.
자신에 대한 엄격함과 부지런함은 미덕이지만, 완벽주의는 이득이 되지 않으며 삶의 즐거움까지도 빼앗아 간다. 자신을 지나치게 혹사시키는 사람들은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가 되길 원한다. 완벽해지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사소한 것 하나까지 신경 쓰느라 막대한 힘과 시간을 허비한다. 때로는 인생이 고통스럽게 느껴지고, 때로는 모든 사람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것만 같다. 그러나 사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존재는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에게는 매사 나쁜 쪽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소한 일 하나만 삐끗해도 모든 일이 잘못될 것처럼 걱정한다. 사실, 우리가 걱정하는 것만큼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는가.
새해의 작심삼일은 끝났다. 제대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자신을 괴롭히기보다 침착하고 여유로운 태도로 하루의 삶을 정리해 보자. 안 좋은 예감이나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힐 때는 “잘 될 거야”를 외쳐보자. 웬만하면 다 잘 될 테니까 말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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