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달에 사람을 보내고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망원경으로 바라본다. 그런데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미국 NOAA(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의 해양학자 제임스 가드너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달의 표면에 대해 해저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지구 표면의 70%를 덮고 있는 바다 중 80~95%는 아직 미탐사 상태다. 심해를 시각적으로 직접 관찰한 영역은 0.001%도 채 되지 않는다는 연구도 있다. 반면 우주는 무인 탐사선과 위성 덕분에 매일 새로운 데이터가 쏟아진다. 달의 지형은 고해상도 지도까지 만들었지만, 바닷속 저 깊은 곳은 여전히 검은 미지의 영역이다.
흥미로운 건, 우주비행사는 지금까지 600명 이상이나 다녀왔지만 가장 깊은 심해(마리아나 해구)에 간 사람은 단 27명뿐이라고 한다. 그마저도 과학자보다는 모험가,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 같은 사람이 많았다. 그가 직접 잠수정을 타고 내려갔다는 에피소드가 더 유명할 정도다. 달 탐사보다 심해 탐사가 더 레어한 경험인 셈이다. 심해 탐사는 국가 프로젝트보다 개인의 집념과 호기심이 더 필요했던 영역으로 그만큼 어둡고 압력은 강하며 예측할 수 없는 위험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한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불쑥 올라오는 감정의 파도는 예측하기 어렵다. 마음속 가장 깊은 곳에는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욕망, 인정받지 못한 슬픔, 미처 풀지 못한 분노가 자리하고 있다. 그곳을 들여다보는 일은 달에 가는 것만큼이나, 때로는 그보다 더 큰 용기를 요구한다.
상담실에서 내담자들이 “저는 잘 지내요”라는 모습을 종종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대화가 깊어질수록 “사실은 아무도 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했어요”라며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은 오랜 시간 억눌러둔 감정을 마주하는 순간으로 마치 심해 탐사를 끝내고 수면 위로 올라와 숨을 들이쉬는 모습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주변 사람들의 말, 뉴스, SNS는 실시간으로 팔로우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속 심해에는 거의 잠수해 보지 않는다. 빽빽한 일정,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대화들 속에서 정작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묻는 일은 거의 없다. 오늘은 왜 이렇게 불안한지, 반복해서 화를 내는 이유가 무엇인지 깊이 들어가 본 적은 드물다. 그러면서도 누군가의 말 한마디, SNS 댓글 하나에 하루 기분이 흔들린다.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듯 울거나, 이유 없이 무기력에 빠지거나, 사소한 말에 상처를 받는 것이다.
가끔은 마음을 탐사하러 내려갔다가, 뜻하지 않은 심해 생물 같은 감정을 마주치면 깜짝 놀라 표면으로 튀어 올라온다. “아, 내 안에 이런 게 있었어?”하면서 말이다. 심해에서 만나는 생물들이 기괴하고 낯설 듯, 우리가 마주하는 내 감정도 낯설고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성장의 출발점이다.
자기 성찰(self-reflection)은 건강한 삶의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감정을 인식하고 욕구를 확인하고 내 선택의 이유를 묻는 과정이 비로소 나를 이해하는 길이다.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동시에 해방감을 맛보게 한다. 깊이 내려갈수록 내 마음에 불필요하게 달라붙은 것들이 벗겨지고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성경은 “너희 자신을 시험하고 너희 자신을 확증하라”(고후 13:5)고 권한다. 이는 스스로를 정죄하라는 말이 아니라 진짜 나로 서 보라는 하나님의 초대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붙들고 사는지, 어디에서 기쁨과 분노가 나오는지 묻는 순간이 하나님 앞에 제대로 서는 첫걸음이다.
바다보다 깊고 우주보다 복잡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이제는 주변을 바라보는 망원경을 내려놓고 내 마음을 향한 잠수복을 입을 시간이다. 오늘, 주저하지 말고 뛰어들라. 당신의 마음 깊은 곳에서 하나님이 기다리고 계신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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