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
마음이 아프다.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발달장애인 일가족이 반지하 집에서 익사했다는 소식에 편치 않은 마음이 여러 날 지속되고 있다. 어떻게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인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서, 그것도 자기가 사는 집에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을 수 있단 말인가. 필사적으로 구조하려 했던 이웃들의 안타까움은 또 얼마나 클지 헤아리기가 어렵다.
이 주택 반지하의 맞은편 집에는 비장애인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이들은 폭우가 쏟아지자 창문을 열고 부수고 방충망을 제거하는 등 어렵게 그 상황을 빠져나왔다. 발달장애인이나 그 가족이 재난에 대처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많다. 기후로 인한 재난이든 다른 재난이든 가장 크게 피해를 입는 건 결국 사회적 약자들이라는 생각에 너무 마음이 아프다. 빠른 복구도 중요하고 이들을 위한 지원이 선행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기대와 염려가 동시에 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실제 삶에서 장애를 가진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이 받을 압박감과 괴리감 때문이다. 물론 장애를 주인공으로 하는 드라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의 대형 로펌 생존기라는 너무나도 낭만적인 설정에 자못 염려가 앞서는 것이다. 게다가 주인공의 부모는 서울대 법대 출신, 주인공 역시 서울대 법대 수석 졸업생으로 설정되어 있다. 자녀의 장애가 자신의 탓이라 여기며 평생 자책하는 부모들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삶에서 고군분투하는 측면을 다루어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사회 전반에 형성되어 있는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은 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그리고 차별 행동을 하는 일반인들에게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장애인들에게 차별 행동을 낳는 등의 부정적 기능을 갖고 있다. 그 피해는 정신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 가족들에게 심각하며 일반인들에게도 정신장애인들을 두려운 대상으로 생각하여 불안을 느껴 심리적 거리감으로 갖게 한다. 결국 편견과 차별 행동은 다시 정신장애인들의 사회적응을 방해하고 행복한 삶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태도를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일반인들은 그들을 이해하고 잘 대해야 하며 사회적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가족이나 이웃으로 개인적 관계를 맺는 것에는 거부감을 보였다. 젊은 사람일수록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 행동이 적다는 것 또한 유의해서 보아야 한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고 차별 행동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정신장애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필요함을 시사해 주기 때문이다. 사고가 자유롭고 고정관념에 매이지 않는 시기에 편견 없이 바르게 형성된 사고는 성인기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다음 세대에 긍정적 사고를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매스컴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매스컴의 영향력이 매우 크고 사회화 과정에서 학습된 내용을 조절하기 위한 보완적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스컴에서 정신장애인을 정확하게 묘사하고 그들을 수용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정신장애인의 삶의 행복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정신건강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해 줄 필요가 있다. 이번 수해를 겪으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돌봄 체계가 더욱 촘촘해져야 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이것을 행동과 일치시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에 대한 고용과 주거 보장 등을 정부가 지원해 주거나 자원봉사 경험을 적립하여 정신장애인의 사회적응을 돕는 것이 곧 일반인들에게도 이득이 된다는 것을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회 역시, 정신장애인에 대한 전문적 시각을 갖추고 이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랑과 봉사의 사회적 역할을 고양시켜야 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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