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용감하다 더닝-크루거 효과
“좋은 가수는 노래를 하다가 음정이 어긋나면 그걸 곧바로 알아차리고, 좋은 감독은 불필요하거나 별로인 장면이 끼어들면 그걸 곧바로 알아차린다. 또, 좋은 마케터는 어떤 광고가 실패작이 될지를 미리 알아본다. 이와는 반대로, 덜 유능한 직업인에게는 그런 능력이 없다. 그는 그냥 자기가 일을 아주 잘 하고 있다고만 생각한다”
톰 니콜스(Tom Nichols) 교수가 그의 책 [전문가와 강적들 The Death of Expertise]에서 한 말이다. 우리가 얼마나 무지한지를 아는 것, 그것을 가리켜 메타인지라고 하는데,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객관화해서 보고, 자신이 그 일을 엉터리로 하고 있음을 깨닫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사회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은 자신의 연구 결과에서 “시험에서 D나 F의 성적을 자주 받는 대학생일수록 훨씬 더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보고한다. 기본적으로 우리 안에 장착되어 있는 인지적, 사회기술적 조건에 관해서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자신의 기량과 성과를 엄청나게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닝은 대학원생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와 함께 1999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재미있는 주장을 내놓았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자신이 무능하지 않다고 더 강하게 확신하는 인지적 편향을 가리켜 ‘더닝-크루거 효과’라고 부른다. 정보를 인지하거나 판단을 내릴 때 완벽하게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다. 무능함 탓에 어리석은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그런 사실 자체도 깨닫지 못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메타인지 능력의 부족 때문에 일어난다. 메타인지의 능력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능력과 잘잘못을 확실히 안다. 동시에 모르는 부분도 잘 파악한다. 그러나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리고도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자신의 견해와 비슷한 이론이나 정보만 찾아 자신의 관점을 더 공고히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짜뉴스나 그릇된 정보에도 분별력을 가지지 못한다. 객관적 진실을 잃어버리고 주관적 맹신에 사로잡혀 과잉확신을 하며 그릇된 행동과 판단을 한다. 정치적 기술이 뛰어나지 않음에도 ‘이번 선거에서는 내가 이길거야’라든지, 벼락치기로 공부한 학생이 ‘성적을 잘 받을 거 같아’라고 한다든지, 직장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오직 자신의 의견과 주장만을 내세우면서 ‘내 의견이 반드시, 100% 맞아’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실행기반이 빈약하거나 합리성이나 효율성을 갖추지 못한 그릇된 인지임을 알게 된다. 신앙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신앙생활을 잘 한다고 말하는 사람일수록 기독교의 진리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더닝-크루거 효과에 휘말리지 않고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입문자의 겸손을 갖추고 책 한 권의 얄팍한 지식이 아니라 수 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협력과 상생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는 계절이 찾아 왔다. 계절이 깊어질수록 모든 만물이 고개를 숙이고 겸손해지듯이 하나님 앞에 잠잠히 내려놓고 고개를 숙이는 인생의 계절을 맞을 때다. 위치추적장치인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하여 두 명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도 세상을 향해 소리치며 발길질을 해대는 극악한 범죄자의 오만, 아니 과대 포장된 자존감을 보면서 우리 시대의 메타인지의 부족, 더닝-크루거 효과의 교훈을 절실히 찾게 된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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