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다. 기독교대한감리회 각 연회마다 목사안수식이 이어지고 있다. 고요한 경건의 예식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 무릎을 꿇고 안수받는 장면은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그 모습은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과 한 교회의 미래가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서는 순간이 된다. 그 자리에 선 이들은 말없이 다짐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이들은 저마다의 기도를 가슴에 품는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순간에도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날 교회는 세상으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목회자가 때로는 세상에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그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래서 더욱 묻지 않을 수 없다. 목사 안수를 받는 이들은 과연 무엇을 위해 그 자리에 선 것인가. 목회는 자리를 얻는 일이 아니다. 권위를 세우는 일도 아니다. 목회는 고통받는 이의 손을 잡고 진리와 사랑으로 힘들고 어려운 길을 함께 걸어가는 일이다. 누군가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낮은 자리에서 함께 울고 웃는 일이다. 앞으로의 목회자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성찰과 단단한 영성을 필요로 한다. 눈에 보이는 성공을 좇기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더라도 신실함을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자기 자신을 깊이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목회는 남을 이끄는 사명이기 전에 자신을 거듭 점검하고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는 훈련의 길이기에 그렇다. 자기성찰이 없는 목회자는 결국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게 된다. 진리와 은혜, 정의와 사랑을 함께 품어낼 수 있는 이들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회 역시 다시 질문해야 한다. 더 크고 더 화려한 교회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진실하고 투명한 공동체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세상의 언어를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세상의 흐름에 무비판적으로 휩쓸리는 것도 아닌 통찰적 분별력으로 다시 빛이 되고 소금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외면할지라도 진리의 길을 꿋꿋이 걸어가야 한다. 목회의 성공은 세상의 성공과 다르다.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 않아도 좋다. 이름이 세상에 남지 않아도 괜찮다.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살아낸 삶, 그것이 목회의 길이다. 흔들리는 세상 한복판에서도 작은 등불 하나를 끝까지 지켜내는 것, 그 소중한 일을 위해 걷는 길이다. 사라지지 않는 불빛처럼 믿음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안수를 받은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건네본다. 부디 세상의 시선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더 의식하며 살아가기를 바란다고, 목사의 길을 권력의 자리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부디 사랑을 배우고 진리를 품으며 상처 입은 세상을 가슴에 품어 안는 이가 되어주기를 바란다고 말이다. 그 길은 고단할 수 있지만 하나님은 결코 외면하지 않으실 것이다. 우리 모두에게도 말하고 싶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다시 신뢰를 세우는 교회를 함께 세워야 할 시간이다. 다시 처음처럼, 다시 순수하게, 다시 그 부르심 앞에 서야 한다. 세상의 소리가 아닌 하나님의 음성에 귀 기울이며 다시 그 앞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 마음이 무너질 때마다 더욱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이제 새로 세워지는 이들이여 두려워 말라. 당신들의 걸음마다 하나님이 동행하신다. 흔들리는 길 위에서도 당신을 세우시는 은혜는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는다.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침묵으로, 때로는 이름 없는 헌신으로 걸어야 할지라도 그 길 끝에 교회의 새로운 시작이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그 시작 위에 하나님의 숨결이 함께할 것이다. 그 숨결을 따라 우리도 사브작 사브작 다시 걷기를!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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