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이다. 문턱은 낮고 환대는 자연스러워 상처받고 외로웠던 이들이 가장 먼저 발걸음을 옮기는 곳이 교회다. 그러나 그 따뜻한 환대와 열린 문이, 준비되지 않은 교회의 현실과 정면으로 부딪히고 있다는 사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러 교회에서 발생한 돌발 상황들은 이 충돌의 양상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예배 중 설교자를 향해 갑자기 달려드는 사람, 비명을 지르며 뛰쳐나가는 사람, 사소한 말다툼이 순식간에 폭력으로 번지는 상황까지 이어진다. 일부 교회는 어린이와 노약자의 안전 문제로 예배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런 사건들은 어느 한 교회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후 정신건강 지표가 악화되었다고 보고하고 있다. 치료의 중단, 경제적 불안, 사회적 고립이 겹치며 취약한 이들의 위기가 깊어졌고 그 고통과 불안은 자연스럽게 문이 열려 있는 곳, 교회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배경이 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이들이 어디서는 거절당할지 몰라도, 교회만큼은 나를 받아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자연스럽게 교회로 유입된다는 점이다. 교회를 거절하지 않는 공간으로 인식하는 이러한 기대는 문턱을 쉽게 넘게 만들고 그 마음의 무게도 고스란히 함께 들어오게 한다. 교회는 분명 환대의 자리지만 동시에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곳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지켜내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문제는 환대의 신학과 안전의 책임이 언제나 조화를 이루지 않는다는 점이다. 교회가 환대의 본질을 지켜낼수록 역설적으로 예측하지 못한 위험이 스며들 여지도 함께 커진다. 목회자 한 사람이 모든 신호를 감지하고 대응하기에는 그 부담이 지나치게 크며 실제로 많은 목회자가 어떤 순간에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두려움 속에 내몰리고 있다.
그렇기에 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현실을 정직하게 직면하는 것이다. 정신질환은 신앙의 부족이나 의지의 결핍이 아니라 지속적인 치료와 환경적 지지를 필요로 하는 질환이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치매, 중독,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문제는 특정 순간 예측하기 어려운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교회는 기도하면 곧 안정될 것, 잠시 감정이 흔들린 것일 뿐이라며 위험 신호를 가볍게 넘기곤 한다. 단순화된 해석은 예배의 공간에 있는 사람뿐 아니라 당사자에게도 위험을 초래한다.
교회는 규모와 상관없이 위기 대응팀을 공식적으로 구성해야 한다. 소그룹 리더와 중직, 의료 및 상담 분야의 실무 경험자를 중심으로 몇 명의 책임자를 세우는 일만으로도 위기 상황은 전혀 다르게 전개된다. 예배 중 돌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누가 먼저 움직이고, 누가 주변 성도들을 보호하며, 누가 외부 기관과 신속하게 연결할지를 사전에 명확히 해 두어야 한다.
실제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상황일지라도, 사전에 시뮬레이션하며 대비하는 일은 불편함을 동반하지만 결국 공동체의 생명을 지킨다. 교회 리더십이 이러한 훈련을 두려워하거나 미루게 되면, 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은 단 몇 초 만에 사라져 버릴 수 있다.
교회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병원, 상담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구조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위기 상황을 교회 안에서만 해결하려는 태도는 오히려 더 큰 위험을 낳는다. 안전이 필요한 이들을 잠시 머물게 할 별도 공간과 이를 관리할 인력, 그리고 신속히 연락할 기관 리스트를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다. 이는 교회가 안전한 환대를 제공하기 위해 감당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영적, 윤리적 책임이다.
사건이 지나간 뒤에는 그 상황을 목격한 성도들의 마음을 반드시 돌봐야 한다. 위기 순간은 공동체 전체에 심리적 충격을 남기며 예배자와 아이들, 노약자, 설교자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흔들리게 한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도 예배가 더 이상 안전한 공간이 아닐지 모른다는 불안은 예배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 위기 이후의 회복 과정은 사건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교회는 환대의 공간이지만 결코 무방비의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 문을 닫지 않되 필요한 경계를 세울 줄 아는 지혜가 요구된다. 누군가의 절규가 예배당 문을 넘어 들어오는 이 시대에, 교회는 더 깊은 환대와 단단한 안전을 동시에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무너진 마음의 시대에 교회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며 상처 입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대어 올 수 있는 안전하고도 열린 영적 공동체를 세워가는 길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출처 : 당당뉴스(https://www.dangdangnews.com)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