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오랫동안 열정적으로 봉사하며 헌신했던 한 중년 여성이 있었다. 다양한 선교회의 리더로 부족함이 없었고 이러저러한 모임을 알차게 이끌었다. 교회의 행사를 도맡아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회를 섬겼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허전함이 있었다. “사람들이 내가 하는 일을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사람들의 인정이나 칭찬이 충분하지 않으면 내 자신이 무가치한 사람처럼 느껴져요”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렇게 애쓰고 있는지 혼란스러워했다. 하나님께 드리는 헌신이라고 믿었지만 사실 그 중심에는 타인의 평가에 대한 불안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싶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꼭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요?” 긴 대화 속에서 그녀가 던진 질문은 단지 그녀 개인의 고민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성공과 성취를 통해 자신을 증명하라는 요구들로 가득하다. 이런 문화 속에서 신앙조차 성과와 평가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예배와 봉사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위한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거나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한 도구로 변질되곤 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많은 기독교인이 예배를 드리는 이유로 ‘하나님과의 관계’보다는 ‘마음의 위안’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응답했다. 이는 신앙생활이 본질에서 벗어나 자기만족의 도구로 전락할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여성의 이야기는 그녀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더 분명해진다. 어릴 적부터 그녀는 부모의 기대에 부응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형성해왔다. 부모의 실망스러운 표정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대를 충족했을 때만 받았던 칭찬은 그녀가 사랑을 조건적으로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된 그녀가 타인의 인정과 평가를 지나치게 의식하도록 만들었고 하나님과의 관계에서도 그대로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대상관계 이론에서는 인간의 초기 대인관계, 특히 부모와의 관계가 이후의 모든 관계와 자기 개념 형성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멜라니 클라인은 어린 시절의 사랑과 갈등이 무의식 속에 내면화된다고 주장하면서, 이 과정에서 아이는 자신과 타인을 조건적으로 사랑하거나 판단하는 방식을 배우게 된다고 보았다. 여기서 더 나아가 도널드 위니캇은 “충분히 좋은 어머니”(good 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부모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아이에게 안정적이고 일관된 돌봄을 제공하면, 아이는 자신의 결핍과 불완전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이 사랑받는 존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반대로, 부모의 사랑이 성취나 행동에 따라 달라지는 조건적 사랑이라면 아이는 자신을 끊임없이 증명해야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믿으며 성장한다. 부모의 칭찬을 받기 위해 애썼던 이 여성의 경험은, 사랑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틀을 만들어냈고 이 틀은 신앙생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다. 그녀는 하나님께 드리는 봉사조차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려는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진정한 사랑은 조건적이지 않다. 부모가 아이에게 안정적이고 일관된 돌봄을 제공할 때, 아이는 자신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사랑받는다는 확신을 품게 된다. 이러한 사랑은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사랑과 닮아있다. 하나님은 우리가 무언가를 성취하거나 완벽하기 때문에 사랑하시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불완전함과 결핍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며 그 상태에서 사랑하신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그녀의 질문에 대한 답이자 우리 신앙의 본질이다. 그녀는 이후 하루를 마무리하며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감사한 일을 기록하고 타인을 위해서 한 일들을 떠올리며, 자신이 타인의 시선에 얼마나 매달려왔는지를 깨달았다. 예배 중에는 모든 불안과 기대를 내려놓고 하나님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시간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그녀의 질문 앞에 우리 모두가 함께 서 있다. 신앙을 통해 무엇을 이루려 했는지, 얼마나 자주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내 신앙을 정의하려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하나님의 사랑은 인간의 조건이 아닌 존재 자체를 향해 있다. 이 사랑은 우리의 불완전함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