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만큼 중요한 트라우마 지원
3년 전인 2019년 4월, 식목일을 앞두고 강원도 고성군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불이 바람을 타고 속초 시내 방향으로 번진 대형 산불 화재가 있었다. 1년 뒤, 고성에서는 비슷한 시기에 또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3월 4일, 불행히도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지역에 대형 산불이 여지없이 발화되었다. 삼켜버릴 듯한 화마의 영상과 울부짖는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초조함과 안타까움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 속에 불길은 잡히지 않고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는 큰 피해를 입은 이곳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상실감에 물질적인 피해뿐 아니라 주민들에 대한 정신적인 피해 지원도 검토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인간은 누구나 삶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고와 재난을 경험한다. 사회 재난 중 하나인 화재는 신체적인 손상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치명적인 영향을 초래하는 심각한 외상 사건 중 하나이다. 화재로 인한 외상은 심신에 장기간 재활이 요구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도 하고, 영구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
화상으로 신체적 후유증이 있는 경우 심리적 회복이 더욱 어려우며, 공포심, 절망감, 죽음에 대한 위기감 등을 겪을 수 있다. 사고에 대한 반복적 회상이나 악몽에 시달리거나 반대로 극단적인 회피의 증상을 보이거나, 지속적으로 과민한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자율신경계를 과잉 자극하여 불면, 폭발적 분노, 집중과 기억력 약화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몸에 질병이 생기거나 해리증상을 보이는 등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하기도 한다.
재난 경험 후 외상과 관련된 정서적, 인지적, 생리적 증상의 반응은 정상적인 것으로, 피해의 정도나 개인의 회복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정 기간 지속되다가 점차 감소된다. 그러나 그중 일부는 시간이 지나도 증상이 경감되지 않아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러한 불안이 만성화되면 일상생활에서 심각한 부적응이 발생할 수 있다.
화재와 같은 외상 경험자들의 일상 복귀와 적응적 회복을 위해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에 대한 적절한 심리적 개입이 필요하다. 외상 이전의 기능 수준을 회복하는 것과 더불어 외상 후 성장을 통한 변화를 이룰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안과 복구는 주로 재난 정책과 시스템의 개선에 한정되어 있거나, 화상과 같은 특정 신체적 손상 환자의 회복력 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경험할 수 있는 외상의 특징이나 심리적 영향이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선별적인 개입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화재 사고를 비롯한 사회 재난은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 점차 대형화되고 빈번해지고 있다. 재난 심리 지원에 대한 개입은 개별 상황에 맞춰 세밀하게 지원되어야 한다. 재난 트라우마에 대한 심리 지원 및 치료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재난 경험자 및 잠재적 피해자들이 재난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사회에 복귀하고 적응할 수 있는 토대가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한다.
20대 대통령 선거를 3일 앞두고 곳곳에서 ‘하겠노라’는 외침이 연신 들려온다. 건강한 심리와 정신이, 건강한 국가의 토대가 된다는 신념을 가진 사람이 정책을 펼쳐가야 하는 시대다. 재난이나 위기의 때에 인권뿐만 아니라 동물권에도 귀 기울이며, 자신과 정당의 이익이 아닌 국민을 위하고 국민을 섬기는 일꾼이 필요하다. 산불로 스러져 가고 있는 사람과 자연 앞에, 코로나로 지친 국민에게 주권을 넘겨줄 사람, 저 너머 전쟁의 포화 속에서 평화를 외치는 이들을 향해 따뜻한 인류애를 펼쳐갈, 그 한 사람을 기다린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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