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모든 것
마흔을 코앞에 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을 다루고 있는 드라마 [서른, 아홉]은 삶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입양, 시한부, 불륜과 같은 진부한 소재가 등장하지만 죽음을 코앞에 두고 펼쳐가는 세 친구의 이야기가 눈시울을 자극하며 색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드라마이긴 해도 작가가 그려내는 인간미 넘치는 사랑과 우정, 삶을 대하는 태도, 세심한 인간관계들이 부러움과 따뜻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고민하고 괴로워하는 대부분의 일들은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일어난다. 관계가 어그러지면 그로 인해 외로움과 소외감으로 고통받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본인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누군가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대인관계가 주는 소속감은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동기가 된다. 타인으로부터 거절을 당하거나 홀로 소외되는 등의 사회적 거절 경험은 소속에 대한 욕구를 좌절시킨다. 거절의 경험은 타인에 대한 신뢰감의 형성이 어려워지고 공격성을 유발하여 사회적 연대를 구축하는데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사회적 거절을 경험한 사람 중 일부는 가해자나 자신이 겪은 거절 경험과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에게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이러한 반응은 통제감과 사회적 영향력을 회복시켜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공격성을 표출함으로써 친밀한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고 궁극적으로는 소속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없다는 점에서 비적응적인 대처방식이다.
반대로 사회적 거절을 경험한 사람 중에는 타인과의 연결성을 회복하여 새로운 사회적 유대를 구축하려고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타인의 관점을 취하려 노력하거나 타인의 의견을 더 고려하여 생각하거나 혹은 협동적인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태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반응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용이하게 하여 집단에 다시 소속될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게 충족된 소속 욕구는 심리적, 신체적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적응적인 대처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가끔, 젊은 커플들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솔직하게 표현하거나 이해받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로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가깝고 중요한 사람에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면 함께 있어도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게다가 상대에게 거짓 자기를 보인다는 미안함과 죄의식으로 소통의 부재와 갈등의 원인이 된다. 실제로 젊은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발생하는 소통의 문제로 인한 거절 경험은, 다른 경험들보다 더 심한 부정적 정서 경험으로 이어져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친다.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닥치는 여러 가지 도전과 어려움을 끊임없이 극복해나가는 과정이다. 전염병, 전쟁, 사고, 이혼, 파산, 죽음 등 커다란 시련도 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인간관계에서의 사소한 갈등이나 자그마한 실수 혹은 짜증스러운 일 등 자잘한 어려움도 모두 다 우리가 극복해야 하는 시련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과 감정 상태를 파악하고, 깊이 이해하고, 공감함으로써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능력을 지닌 사람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서 편안하게, 행복하게 해준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사람을 따르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삶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삶 자체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기에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은 그만큼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사람을 잘 사귀고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일수록 위기에 강하다. 친구가 많은 사람은 더 건강하고, 병원에 덜 가며, 심장병에 걸릴 확률도 적고, 면역체계도 튼튼하다는 사실은 이미 많은 연구 결과들이 입증하고 있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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