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발목을 잡는 미루는 습관과의 작별
내담자 중에는 ‘해야 하는 건 아는데 잘 안돼요’ ‘머리로는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자꾸 미루게 돼요’라는 내용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상담장면에서뿐만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그 일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바로 시작하지 않거나 완수해 내지 않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종종 볼 수 있다. 일을 계속 미루는 경우, 마감 시한에 맞춰 정신없이 일을 해치워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거나, 정해진 기한 내에 일을 처리해 내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고, 할 일을 제때 처리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히게 된다. 이러한 불이익에도 불구하고 미루는 행동은 다양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렇게 정서적인 불편감을 경험하면서 불필요하게 미루는 행동을 지연행동(procrastination)이라 한다.
마감 시간이 아직 많아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긴박감으로 조급하게 일을 서두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해야 할 과제나 일을 마감 시간까지 미루면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사람들이 있다. 미국의 한 포털사이트의 조사에서는 미국 직장인들이 미루는 습관 탓에 업무 시간의 20%를 낭비한다고 밝혔다. 다른 한 연구에서는 미국인의 40%가 일을 미룬 탓에 경제적 손실을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지연행동은 정상인들 중 상당수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문제이다.
지연행동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요인으로는 자기효능감, 완벽주의, 충동성, 자존감, 실패공포 등인데 이러한 요인들이 상호작용하며 만성적인 행동패턴으로, 부적응적이 되고 결국에는 심리적 역기능을 초래하게 된다. 해야 할 일이나 과제를 미룸으로써 심리적으로 걱정, 불안이나 스트레스를 경험하게 되는데 이는 개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연행동은 우울이나 불안 등의 부정적 정서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상담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지연행동의 원인 중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완벽주의이다. 완벽주의는 완벽을 추구하는 강한 동기, 비현실적일 정도로 높은 기준을 고수하는 태도, 강박적인 목표 추구 등의 특성을 가진다. 완벽주의자들은 자신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말미암아 성공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좀 더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구와 높은 가치 기준이 방해 요소로 작용하면서 자신이 시작한 과제나 일을 미처 완수하지 못하게 되기도 한다.
완벽주의를 가진 사람은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욕구와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비현실적인 기준으로 인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 자신의 무능력을 책망하거나 수행의 결과가 자신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경우에도 자신의 능력으로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자존감이 높아지는 기회로 삼지 못하고 도리어 낮은 자존감을 갖게 된다.
작가들이 글을 쓸 내용이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애를 먹는 상황을 글길의 막힘(writer’s block)이라고 표현한다.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쉬우면서도 간단한 방법은 종이 위에 점을 찍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하라. 막힘과 지연행동을 뚫어낼 수 있는 길은 과감하게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시작한 그 일에 아름다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행동도 달라진다.
일을 시작하면, 한꺼번에 모든 것을 완전하게 끝내야 한다는 흑백 사고에 휘둘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완벽하지 않을 바에야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신념 또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고쳐지지 않는다고 자신을 너무 몰아세우거나 해야한다는 강박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간단하게 시작해 보려는 마음으로 여유있게 접근하면서 쉬운 것부터 하나하나 완수하다 보면 미뤄두는 습관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관대함이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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