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되지 말라고 하는 사회
교사는 보통 안정적인 직업으로 많은 사람이 선호한다. 안정적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제자들을 가르치며 보람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선호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높은 선호도와 달리 실제 교육현장에서 교권침해가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를 언어적, 신체적, 심리적으로 폭행했다는 기사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최근 한 교사가 학생들을 가르치던 삶의 현장인 학교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슬프고도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교사의 자살률이 상승한다는 통계가 보고되고 있으니 우리 사회 교권에 대한 상호다각적 차원의 대안 마련을 미루거나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절감하게 된다.
시대마다 교사의 지위와 교사를 바라보는 눈은 달라진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교사에 대한 존경은 이제 시대착오적인 말로까지 들린다. 해마다 5월이면 교권침해에 관한 뉴스거리들이 넘쳐나고, 교사들 스스로가 스승의 날을 폐지해달라고 청원을 하고 있으니 교권침해의 강도와 그에 따른 심리적 부담감이 매우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교권침해를 경험한 교사는 강박증, 우울, 불안, 편집증, 적대감, 분노, 수치심 등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경험하며, 관계적으로나 직업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당연한 현상이다. 이러한 교사의 피해는 교사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교사의 권위와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기 때문이다. 교권침해로 교사는 교육과 학생지도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교권이 흔들리는 것은 단지 교사의 위기가 아니라, 교육의 위기로 이어지는 심각한 문제다. 사회 전반적으로 교사의 위상이 낮아지고 교사의 수업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당연시되는 것 역시 문제라 할 수 있다. 과도한 업무와 학생지도의 고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빠른 퇴근 시간과 방학이 있다는 이유를 들며 편안한 직업이라는 인식, 경쟁 없는 환경 속에서 근무하여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식, 공무원 ‘철밥통’으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는 인식도 팽배하다. 뿐만 아니라 학생의 학업성취, 인성, 교우 관계, 진로 탐색 등 모든 것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교사는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 교권침해 위기를 다룰 때 문제의 주요한 원인으로 우리 사회는 ‘학생인권 향상’을 떠올린다. 교권침해 관련 상담 건수가 2011년 이후로 급증하게 된 것도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으로 매우 큰 논쟁 끝에 학생인권조례안이 제정되고 확산되면서 학생지도가 이미 어려워진 현실에서 약화된 교권을 더욱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와 비판을 가져왔다. 인권을 내세우며 개인의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으나, 그 자유의 한계와 책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의무는 없고 권리만 강조된 부조화 속에서 교사가 학생생활지도를 포기하거나 기피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 또한 교권 위기를 근본적으로 다루거나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는 교권 위기의 원인을 학생인권의 향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해당 문제를 상대 행위자에 의해 발생한 문제로만 치부하게 되면, 행위자 간의 갈등만 심해질 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당 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요인들의 맥락을 좀 더 깊이 있고 넓게 파악하는 심층적 접근이 필요하다. 학생은 배움과 성장의 공간인 학교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 교사 역시 가르침의 공간인 학교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권리가 있다. 하지만 지금 학교의 현실은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입시 준비의 공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보여진다. 학생들은 심각한 경쟁에 내몰리고 성적이 최고의 가치가 되어 이로 인한 극도의 스트레스는 학교 폭력과 청소년 자살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교사 평가 역시 학생의 성적 향상 여부와 결부되면서 학원 강사가 더 선호된다. 이런 상태에서 학교는 지식 습득의 장도 아니고, 다양한 재능을 발견하고 키워가는 곳도 아니고,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 여러 경험을 하며 배우고 성장하는 공간도, 삶의 공간도 아닌 곳이 되고 만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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