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움은 환희(歡喜)가 되어
‘이름 없이 빛도 없이’라는 노래에 맞춘 것처럼, 어느 날 문득 눈을 떠보니 낯선 땅에서 낯선 낯을 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어떠한 상황에 놓여있든지 땅 끝을 향한 사랑을 품고 인내와 순종의 삶을 엮어간다. 곱고 빛나던 젊음은 은발의 미소가 되었고 충천하던 생기는 단호함으로 자리 잡았으며 꼿꼿했던 뒤태는 흐드러진 수양버들이 되었다. 척박한 땅,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오늘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세계 곳곳에 파송되어 복음을 전하고 있는 여선교사들의 이야기다.
지난 10월 4일부터 동유럽과 서아시아 양 대륙에 걸쳐 있는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제7회 감리회 세계여선교사대회가 열렸다. 여선교사들에게서 느껴지는 설움과 희망이 역동적으로 어우러지면서 대회는 감격의 물결을 이루었다. 세심한 준비와 진행은 여성들이 치루는 대회의 안정성과 부드러움의 역동을 동시에 드러내 보여주었고, 강사들의 메시지는 여선교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불어넣기에 충분했다. 여선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역과 삶을 귀 기울여 들을 때에 눈물 없이는 반응할 수 없었다. 아직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싱글이라는 이유로, 아내라는 이유로, 엄마라는 이유로 눈물겨운 씨름을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이 선교지에서 흘린 눈물과 땀방울이 거대한 강물을 이루는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20여 년 가까이 에이즈 아동 치료와 돌봄 사역을 하고 있는 선교사의 고백이 가슴에 남는다. 시설에서 독립해 자신의 몫을 감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젊은이가 선교사님을 향해 “내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말을 해주었을 때, 선교지에서 겪었던 고뇌와 어려움이 일순간에 녹아내렸다는 눈물의 고백이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나라이다. 이들 중 절반은 여선교사들이다. 이제까지 여선교사들에 대해서는 교회가 주목해오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부부선교사가 현지에서 똑같이 선교활동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남편선교사에게만 사역보고를 할 기회를 준다. 싱글 여선교사들은 공적인 자리에서 사역보고를 하거나 설교할 기회를 갖지 못하기도 한다. 여선교사들이 세계 도처에서 헌신하고 있고, 선교사의 다수를 차지하지만 여선교사들을 대변할 수 있는 여성지도자들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여선교사들이 가진 잠재력을 극대화하며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우선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강점과 약점을 가진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성격은 어떤 특징이 있으며 이를 통하여 어떤 사역의 형태나 사역적 환경을 선택하여야 할지에 대해서 분별력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종합적이며 심층적인 심리검사 및 상담과 더불어 영적으로 깊은 통찰이 주어질 때 가능할 것이다. 교단이나 선교단체에서는 여선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을 인정하고 처음에는 리더십이 쉽게 드러나지 않을지라도 계속적으로 교육을 받고 점검과 평가를 받아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강화하도록 도와야 한다. 여선교사들이 각종 선교대회나 포럼, 주제 강연 등에서 설교를 하거나 발표를 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여선교사들에게 생애주기별로 어떤 돌봄이 주어져야 할지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지고 멤버케어를 강화해야 한다. 출산과 육아, 중년 및 노년기를 거치면서 여성은 신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정신적, 사회적으로 취약해지기 쉬운 상황들이 있다. 그러므로 생애주기별로 쉼과 휴식의 균형, 정기적인 건강검진, 노후대책 및 은퇴 후 계획 등에 대한 실제적인 배려가 필요할 것이다. 여선교사들은 하나님으로부터 부름을 받은 귀중한 사람들이다. 남성과 여성, 부부와 싱글에 관계없이 모두 함께 하나님의 고귀한 동역자로서 선교사를 부르셨다. 오늘날의 선교적 상황은 여선교사들에게 시대적 소명에 합당한 역할과 책임을 요구하고 있다. 여선교사들에게 적절한 기회를 부여하는 것과 더불어 따뜻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음으로 그들의 눈물과 설움이 선교지에서 기쁨의 꽃으로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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