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그 무엇의 노예가 될 때
중독은 인간관계, 경제적인 측면, 건강 등 삶의 영역에서 하나 또는 그 이상의 문제를 야기시킨다. 2살 된 아들을 숨지게 하여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람이 PC게임에 과몰입된 상태였던 사건 등은 인터넷 중독이 지속적으로 사회문제를 야기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한 이후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고립된 사람들의 중독 위험성은 더욱 높아졌다.
중독의 라틴어 어원은 ‘addicene’으로 양도하거나 굴복하는 것을 말하는데, 감금되거나 노예가 된 사람을 묘사하는데 사용되기도 한다. 중독자들이 그렇게 하려는 의도가 없이 통제영역을 넘어 그들 스스로가, 어떤 것에 빠져들어, 그 무엇의 노예가 되는 것을 말한다. 중독은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보답이 있는 행동이나 물질을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배겨날 수 없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독은 일반적으로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한 가지 유형은 물질중독으로 섭취중독이라고 하는데, 의도적으로 우리 몸 안에 섭취된 물질들에 대한 중독으로 마약, 알코올, 음식, 니코틴, 카페인 등이 있다. 다른 하나는 행위중독 또는 과정중독이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구체적인 행동과 상호작용의 과정에 빠져드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 게임, 일, 관계, 성, 돈, 쇼핑, 도박 등이 이에 포함된다.
중독은 언제나 쾌감을 제공하지만 결국은 중독자 자신의 몸과 영혼에 해를 끼칠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를 손상시키고, 주위 사람을 파멸시키며, 균형있는 생활도 깨어지게 되고 통제력도 상실하게 된다. 신체, 정신, 사회, 영적인 측면 모두에서 문제가 되며 이를 위한 활발한 연구와 치료 활동에도 불구하고 중독에서 벗어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녀나 배우자, 가족 중 한 사람이 중독의 문제를 보이면 가족 전체가 무기력해진다. 중독에 빠진 자녀를 보면서 부모는 심한 죄책감을 느낀다. 중독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본다. 그러면 그럴수록 자녀는 부모의 간섭과 통제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은 더 깊은 중독의 웅덩이에 빠진다. 부모는 자신들이 교육이나 상담을 받고 변화되면 자녀가 중독에서 벗어나게 되리라 기대하지만 사실 이런 것 때문에 가족 전체가 더 고통을 받는다.
이러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발점은 중독자의 부모나 배우자를 비롯해 가족 구성원들이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다. 압력과 통제, 간섭과 관여로는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 중독 당사자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모든 상황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여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이다. 점점 더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과 견딤이 중독의 피해로부터 다른 길로 이끌어준다. 대부분은 이러한 관계 설정을 놓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일이 발생한다. 중독자 자신과 가족, 관계자 모두가 자신을 믿어야 한다.
중독 증상을 가진 내담자를 만나는 일은 상담사에게도 무력감을 가져다준다. 상담자에게 있어 내담자를 변화시킬 수 없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없다. 많은 상담자가 중독자에게 영향을 줄 만한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 나서지만 결국은 실패한다. 그 누구도 본인의 의지가 없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는 없다. 억지로 일을 만들어서 할 때 실패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때로는 놓아 흘러가게 해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려는 욕구가 아무리 강렬하다 해도 타인을,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좌절감을 견디며 미래의 그 지점을 바라보아야 할 때가 있다. 어려움에 부딪힐수록 이러한 확신은 더욱 필요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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