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프랑스의 작가 쥘 르나르(Jules Renard)의 <홍당무>라는 동화는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작가의 쓰라린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소년의 붉은 머리와 주근깨로 인해 홍당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그는 성격이 괴팍하고 쌀쌀맞은 어머니와 자식에게 관심은 있으나 일에 바빠 무관심한 아버지, 약삭빠른 형과 소심한 누나와 살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온갖 구박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으며 자란다. 어머니의 비웃음과 심술은 언제나 홍당무에게 향한다. 가족으로부터 받는 상처에 익숙해진 홍당무는 무덤덤한 반응으로 대처하거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꾀를 부리지만 어머니에게 발각되어 뺨을 맞곤 한다. 사랑받지 못하는 홍당무는 많은 것을 포기하고 점점 무기력해진다.
상담의 현장에서 너무나 불안정해 보이고 공허해 보이며, 사람을 믿지 못하고 정체성이 명확하지 않아 매사에 혼란스러워하는 내담자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이들의 성장 과정을 들여다보면, 어머니 또는 주 양육자와의 관계가 충분하게 또는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 ‘또 엄마 탓이냐!’ 반문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지만, 자녀들의 마음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대상이 어머니인 경우가 대부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평생토록 내면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도록 만드는 어두운 존재가 되기도 한다. ‘어머니’라는 단어는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 먹먹한 애잔함이 있다.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존재, 자식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내어주는 존재로 우리는 어머니를 그린다. 그러나 때때로 분노의 감정과 행동을 표출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 한편에서 불쑥 올라오기도 하고, 크고 작은 갈등을 일으키는 대상이 되기도 한다. 성장하면서 이러한 어머니의 양면성을 통합해내지 못하면 정서적인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자기가 어떤 행동을 해도 어머니가 변함없이 사랑해주기를 바란다. 어머니로부터 사랑받는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거나 자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을 때 아이들이 겪는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이런 마음을 누구에게도 털어놓기 어려워 상처가 마음속에서 자라나 굳어져 버리기 쉽다.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사랑이 넘치는 모습을 갖고 있지만 별다른 이유 없이 자녀 중 유독 한 아이에게만 냉혹하게 구는 어머니도 때때로 만날 수 있다. 홍당무는 점점 누나나 형은 아무 문제가 없는데 가족 중에서 가장 쓸모없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계속해서 그에게 게으르고 오줌싸개이고 거짓말쟁이라고 몰아붙였기 때문이다. 홍당무로서는 항상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데 어째서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더구나 그렇게 몰아붙이는 사람이 엄마이기 때문에 반박도 하지 못하고 자신이 그런 아이라는 것을 스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은 한 번만 내 마음을 헤아려 주었어도 마음의 얼음이 녹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가족 중 아무도 홍당무의 괴로움을 헤아려 주지 못했다. 홍당무는 가출을 꿈꾸기도 하고 심지어는 자살을 생각한다. 고독한 아이들이 그렇듯이 온갖 부정적인 공상을 하던 그는 마침내 아버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다. 아버지는 어머니에게만 감정적으로 얽매이지 말고 마음을 단단하게 하고 어른이 될 때까지 떳떳하게 행동하라고 진지하게 충고해준다. 홍당무의 모든 행동은 사랑받고 싶음에서 나오는 것이고 본질적으로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다. 다만 괴팍하고 히스테리가 심한 어머니와 맞지 않을 뿐이다. 이런 불행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가장 가까워야 할 어머니가 사랑해주지 않을 때 아이는 마음의 등불을 잃게 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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