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끌고 가는 아이
하루가 열리는 이른 아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가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길가에 서 있는 자동차는 내 차 한 대뿐이었고 지나다니는 사람이나 차량은 찾아볼 수 없는 한산한 도로였다. 신호가 바뀌었다. 자전거를 타고 건너갈 줄 알았던 아이는 생각과는 다르게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면서 자전거를 끌고 천천히 걸어서 횡단보도를 건너갔다. 다음 신호 앞에서도 반듯한 자세로 멈추었다가 신호가 바뀌자 자전거를 끌고 걸어서 건너간다. 그리고 나서야 자전거에 올라 신나게 페달을 돌린다.
학생의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아이는 당연히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것인데, 나는 그 상황을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이 없으니 신호를 어길 수도 있고,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건널 수도 있었을 텐데 아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아이에게 반듯한 가르침을 주신 분은 어떤 분일까, 아이의 마음새는 어떻게 형성되고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의아하다는 눈으로 바라보는 내 모습이 씁쓸하기도 하고, 사소한 것 하나 제대로 지키지 못한 내 자신이 부끄러워 한참을 생각에 머물렀다. 보는 사람이 없어도 조심할 줄 알고, 지켜야 할 것을 지킬 줄 아는 아이가 참으로 대견해 보였다. 많은 사람이 그 유명한 마시멜로 실험을 기억할 것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조금 참았다가 할 수 있는 능력, 즉 만족지연 능력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한 실험으로 스탠포드 대학의 미셀 박사 연구팀에 의해 진행되었다. 4세 유아 600명에게 마시멜로를 나눠주면서 지금 먹어도 괜찮지만, 연구자가 잠깐 바깥에 다녀올 동안 먹지 않고 기다리면 하나씩 더 주겠다고 한다. 아이들의 모습은 확연히 구분되었는데, 연구자가 뒤돌아서자마자 먹는 아이, 망설이면서 눈치를 보다 먹는 아이, 하나를 더 얻기 위해 눈을 감고 참는 아이 등이다. 그 결과 3분의 2가량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기다렸다. 15년 후, 대학에 들어갈 무렵이 된 아이들을 추적조사했는데 먹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한 아이는 작은 어려움에도 쉽게 좌절하고 포기하는 일이 많았다. 대인관계도 제한적이었으며 스트레스로 인해 소극적인 학교생활을 했다. 반면 욕구를 잘 참아낸 아이는 학교에서나 친구들 사이에서 적극적이고 원만한 생활을 하고 있었으며 인기도 많았다. 두 부류의 차이는 성적에서 더욱 두드러져 미국의 대학 입학자격시험인 SAT에서 먹고 싶다는 욕구를 참지 못한 아이들에 비해 욕구를 자제한 아이들이 150~200점 이상의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도덕성의 요소 중에 하나인 ‘인지’에는 자제력, 책임감, 분별력, 공정성 등이 내포되어 있으며, 자제력은 만족지연 능력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여러 가지 유혹을 만날 수 있고, 자기 충동대로 행동할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자제할 수 있는 자제력이다. 실험의 결과는 유혹이나 충동을 이기거나 절제할 수 있다면 인생에서 더 의미 있는 것들을 성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점을 시사해준다. 아이들을 양육할 때는 사회규범이나 배려, 양보, 타인과의 공감, 자신감 등 도덕성과 자존감이 잘 자랄 수 있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아이들의 인성이 잘 발달하도록 돕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보는 이 없어도 교통법규를 지키는 아이의 모습을 통해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렇게 자라는 아이들이 지속적으로 많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잘 길러내는 일에 힘써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 우리의 미래가 밝고 건강하기를 원한다면 나부터 그 삶의 모범이 되어주어야 한다. 아이들을 잘 자라게 하는 일뿐이겠는가. ‘나부터’는 모든 변화의 시금석임을 염두에 두어야 진정 무탈한 사회로의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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