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목리가 되려면 쉼이 필요하다
품위 있게 나이가 들어가는 사람을 바라보는 기쁨이 있다. 식당 종업원에게 시시콜콜한 농담을 던지며 사람을 얕잡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고, 사람의 생김새나 차림새를 함부로 판단하는 눈동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사람을 대할 때 성적인 호기심이 발로되는 것이 아니라 인격에 대한 존중이 작은 몸짓과 태도에서 묻어나는 사람,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인자함으로 가득하고 연륜이 주는 깊이감은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한다. 나는 그런 사람이 참 좋다.
목리(木理), 나무를 자른 면에서 나타나는 둥근 테를 말한다. 나이테, 연륜이라고도 한다. 목리는 1년마다 하나씩 생기기 때문에 이를 통해 나무의 나이를 알 수 있다. 오래된 나무를 자른 단면에는 수많은 목리, 나이테가 있다. 그것을 보면, 이 나무가 어떤 환경에서 살았고, 언제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알 수가 있다. 촘촘한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을 보면 나무가 서 있던 방향까지도 알 수 있다. 나이테의 모양새를 통해 그 나무가 살았던 환경을 알 수 있듯이, 사람의 얼굴에는 그가 살아온 삶의 이야기가 잘 나타난다. 수심이 가득 찬 얼굴, 메마른 얼굴, 사나운 얼굴, 무기력한 얼굴, 일그러진 얼굴들은 좋은 테라고 할 수 없다.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의 얼굴에는 고른 결과 고운 빛이 부드럽게 드러난다. 좋은 목리가 되려면 쉼이 필요하다. 나무에서 좋은 목재로 변신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최소 7년이라고 한다. 나무를 베어 잘린 면에 기름을 발라 2년간 숙성시키고, 다시 3년간 비바람과 햇빛을 비춘 뒤, 다시 2년간 실내에서 건조시킨다고 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좋은 목재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다. 비자발적 철수를 경험한 선교사를 대상으로 “숨앤쉼”이라는 타이틀로 심리 디브리핑을 진행하였다. 강제 추방 또는 그와 유사한 경험은 선교사들의 삶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했다. ‘그런 상황 속에 있을 때, 누군가 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자조 섞인 고백은, 듣는 사람의 마음을 아리게 했다. 그때의 아픈 이야기들을 덤덤하게 풀어가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과정을 통해, 드리웠던 그림자가 조금씩 걷히는 경험을 우리는 할 수 있었다. 처절하리만큼 세찬 비바람을 맞아 생긴 목리, 혹독한 한겨울 눈보라 앞에 두려워 떨며 생긴 목리, 외면과 배신이라는 칼날에 꽂혀 생긴 목리는 선교사들의 삶을 강하고 단단한 목재로 연단하고 있었다. 부득이한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강제적 쉼의 시간이었고 이 아픈 시간들을 통해 새 숨을 쉬는 계기가 된 것이다. 그가 써가는 삶의 이야기는 힘겹지만 아름다운 모양새로 나타나 줄 것이다. “모든 나무는 자신만의 결과 무늬를 지니고 있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면 나무의 삶을 알 수 있습니다. 잘라진 나무의 결과 무늬를 보고 있노라면 눈물 날만큼 아름답습니다. 나무의 결과 무늬는 나무가 살았던 흔적입니다. 나무의 흔적이 아름다운 것은 결대로 살았기 때문입니다.” 강판권의 <나무열전> 중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어디에서, 어떤 존재로, 어떤 상황 가운데 서 있는지 성찰하고 몸가짐을 바르게 해야 사람답게 살 수 있다. 잃어버린 시간들을 뒤로 하고 다시 본래의 속도로 삶을 연주하려면 충분한 쉼을 누려야 한다. 그런 시간들을 거칠 때에야 비로소 품위를 갖춘 고운 결의 얼굴이 우리 앞에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화순∥중앙연회 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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