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썼음에도 갸름한 얼굴과 고운 피부결이 드러났다. 말을 꺼내어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조금 느리긴 해도 오히려 차분하게 느껴졌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꺼내어 보여준 손을 보는 순간, ‘아 어쩌면 좋을까’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왔다. 얼마나 손을 씻었던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이 거칠고 아파 보였다.
마음이 아프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발현되었음에도 아무 대안 없이 지내 온 내담자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처받은 마음에 대해 ‘금방 괜찮아지겠지, 별문제 아닐 거야’라고 생각하거나 완전히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음에 상처가 생겨도 진단이나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거나 회피하게 된다. 마음의 상처가 깊어지지 않도록 조기에 발견하는 일은 회복의 속도 면에서 방치나 회피를 한 사람보다 훨씬 빠르고 안전한 결과를 가져온다. 상처받은 마음은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고 더불어 스스로의 마음 문제에 민감성을 키워나간다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건강 지식과 대처기술을 적용해보면서 마음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정신적으로 건강한지의 의문을 던져 보는 것이다.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마음의 문제를 경험한다. 우리나라 성인 인구의 25.4%는 전 생애에 걸쳐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내 친구, 내 가족 혹은 나 자신 등 나와 가까운 관계의 사람들이 정신건강에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가 보시면 어떨까요?” 정신건강 진료를 권했을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들이다. 우리나라 일반 성인의 정신건강 및 정신질환에 대한 개념과 인식은 높은 편이지만 치료 및 대처에 대한 지식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아 이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사람들에게 우울은 낯선 감정이 아니다. 2030년쯤이면 우울증이 질병 부담의 가장 큰 질환으로 1위를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우울은 일상생활 중 느끼는 자연스러운 감정이 되어버렸다. 실패, 이별, 질병 등 삶의 다양한 힘든 상황들에서 우울감을 느끼고, 비가 오는 등의 날씨의 영향을 받기도 하고, 가끔은 아무런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 신앙생활의 실천이 버거워 나타나는 우울도 있다. 이러한 우울감은 인지를 왜곡시키게 되는데, 상대방이 무심코 던진 말에도 이전과는 달리 한 번 더 꼬아서 생각을 하게 된다. 왜곡된 사실은 추측에서 시작해 점점 확신이 되어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된다.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쏘았던 왜곡된 화살을 주변인들에게 쏘게 되면서 가까운 사람들이 함께 피폐해진다. 늪에 빠진 사람은 절대 혼자서 나올 수 없는 것처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인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하루 빨리 전문가와 치료를 통한 회복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도 다양한 요인으로 누구나 우울감을 넘어서 우울증이 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영적인 자원이 치료와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최우선은 예방하는 것이다. 제대로 알면 예방할 수 있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