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가족 간의 관계는 다양한 도전과 변화를 겪고 있다. 소위 식구(食口)는,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도 때로는 일정한 심리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이러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해 가족 간의 갈등을 겪는다.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 주인공 김지영은 부모와 시부모의 과도한 기대와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그녀의 부모는 자녀의 모든 결정을 통제하려고 하며, 이는 김지영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고, 그녀의 자아 정체성을 위협한다. 결국 김지영은 혼돈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어 버리고는 심리적 문제를 겪게 된다. 주인공 김지영의 삶은 많은 여성이 겪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며 성차별과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을 환기시킨다. 영화 <가족의 탄생>에서는 형제들이 부모의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며 갈등을 빚는다. 이 과정에서 각자는 자신의 공간과 자율성을 잃고 서로를 적대시하게 된다. 이는 가족 내의 긴장과 불화를 증폭시킨다. 이혼 직전에 처한 한 부부는, 결혼 후 서로의 삶에 지나치게 간섭하며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을 통제하려는 문제로 상담실에 찾아왔다. 남편은 아내의 사회 생활을 통제했고, 아내는 남편의 모든 결정에 있어 일일이, 사사건건 간섭했다. 결국 부부 간의 신뢰는 무너졌고 서로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되었다. 상담을 통해 서로의 독립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고 실천하도록 안내했지만 사실 그 과정은 매우 고통스럽고 지난했다. 심리학자 에리히 프롬은 <사랑의 기술>에서 진정한 사랑은 상대방의 독립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소유나 지배가 아니라, 상대방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고린도전서 13장 4-7절의 사랑의 정의와도 일치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머레이 보웬의 가족 시스템 이론은 가족 구성원 간의 정서적 관계가 개인의 심리적, 정서적 문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한다. 보웬에 따르면, 가족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독립적으로 존재할 때, 더 건강하고 안정적인 가족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는 부모가 자녀에게 지나치게 간섭하는 대신, 자녀가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보웬은 가족 내 두 사람 간의 긴장이 다른 가족 구성원을 포함시켜 해소되는 삼각관계(Triangles)를 설명하며, 이러한 구조가 갈등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음을 경고한다.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의 경계를 인식하고 존중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가족 내에서 개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함으로써 전체적인 가족 역동성을 개선하고, 더 깊고 진실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녀가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할 때, 부모는 자녀가 마음대로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자녀의 결정을 믿고 지지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지지가 축적되면 자녀는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앤 프랭크의 일기 속에서, 그녀와 아버지 오토 프랭크의 관계는 심리적 거리의 중요성을 잘 보여준다. 앤이 나치 점령 하에서 숨죽이며 생활하던 시기, 그녀는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했다. 아버지는 딸의 개인 공간을 존중하며 그녀가 자율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지했다. 이는 앤이 극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진정한 사랑은 때로는 그저 바라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는 서로에게 필요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하고, 각자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간섭 대신 지지, 통제 대신 신뢰를 선택하며, 서로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표현이다. 사랑스럽게 바라봐 주는 그 순간, 우리는 사랑의 깊이를 발견하게 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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