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한 조각
누구나 암(癌)에 걸릴 수 있다. 국내 사망자 10명 중 8명은 암,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만성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이 발간한 ‘2021 만성질환 현황과 이슈’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만성질환은 국내 전체 사망 원인의 79.9%를 차지했다. 만성질환 사망 원인 중 암은 27.5%를 차지한다.
암이라는 질병이 흔하다 해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그저 흔한 질병이라고 일반화시킬 수는 없다. 몸에 이상에 생겨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 의사의 입에서 확진을 받는 순간, 그 순간의 절망감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설령 착한 암이라고 불리는 암조차도 질병을 얻은 사람을 불안과 두려움에 휩싸이게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사실 누구에게도 착한 암은 없다.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에서는 해외 선교지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암이라는 질환을 만나게 되었거나 이로 인해 가족과 사별한 선교사, 코로나를 비롯해 다양한 위기를 겪고 있는 선교사를 위로하기 위한 숨앤쉼 세미나를 개최했다. 같은 아픔을 경험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서로 보듬고 격려하면서 조금이나마 위로를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고통스러운 질병을 안고서도 오직 두고 온 선교지만을 생각하는 선교사들의 아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하나님은 왜, 하나님은 어디에 계신가 자못 질문하게 된다. 살아가다 보면 누구에게나 암흑 속에 혼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세상에는 우리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상황이 너무나 많다.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이나 불행해 보이는 사람 모두에게 시련이 있다. 꿀처럼 달콤하기만 한 인생은 누구에게도 오지 않는다. 나는 뭔가를 열심히 이뤄냈고 앞으로도 해야 할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누군가가 고통 속으로 내 등을 떠밀고 있다면 그 알지 못하는 가해자들에 대한 분노가 솟구칠 것이다. 더 이상 살 자격이 없는 것처럼 초라하게 느껴지고 처절한 고독과 외로움에 고립된다. 나는 힘든데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흘러가면 그 평범한 일상이 잔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내가 주인공이었던 무대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대신해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보면 억울함을 가눌 길이 없다. 행운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지 않겠는가. 지난한 상실의 과정을 거쳐 다시 삶의 무대에 오르기까지 짙은 고통의 날들은 결코 피할 수가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고통과 아픔을 통해 겸손을 배우고 한 번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과 사람의 고귀함을 우러러볼 수도 있다. 이전과는 다른 풍요로운 사랑의 감정을 갖게 되기도 한다. 바바라 한센은 [그대 안의 힘]에서 자기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살면서 어떤 고비를 만나더라도, 때로 막다른 길에 몰려 앞이 보이지 않을 때도 흔들리지 않을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인생의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루기보다 삶을 작은 단편으로 나누어 한 번에 하나씩 상대하자고 제안한다. 한순간, 한 시간, 아무리 길어도 하루 길이로 자른, 삶을 작은 단편들로 나누어 살면, 내 바로 앞에 있는 조각인 현재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이다. 가장 어려울 때 인생의 풍미를 품어낼 수 있다면 아무리 혹독한 환경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지닐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사람들이다. 하나님께서 심어주신 삶의 자리에서 바로 지금 씨를 뿌리고 살아낼 뿐이다. 완전히 회복될는지, 아니면 여전히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날을 소망하며, 또 수많은 사람들이 돌아오게 될 그 날을 꿈꾸며 오늘이라는 시간을 신실하게 살아갈 뿐이다. 김화순∥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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