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많은 선교사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코로나19로 교회들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서 교회 후원이 끊긴 경우가 많거든요. 선교사 중엔 한국에 돌아와 택배기사 등을 하면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아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KMCM)에서 만난 김화순 목사는 ‘코로나 시대’에 선교사들이 처한 열악한 현실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공황 장애나 우울증을 호소하는 선교사도 많다”며 “선교사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김 목사는 KMCM의 센터장을 맡아 이 기관을 이끌고 있다. KMCM은 지난해 7월 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총회실행부위원회 인준을 통해 총회 인준 기관이 됐다.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건 지난해 12월부터다.
이 기관의 홈페이지에는 “기감 소속 선교사를 위한 심리적, 정신적, 영적 돌봄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한국 감리교회가 지구촌 곳곳에 파송한 선교사 1300여명을 상대로 각종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KMCM의 설립 취지인 셈이다.
지난 9개월간 KMCM은 다양한 활동을 벌였다. 선교사들을 상대로 각종 상담을 진행했다. 선교사들은 선교지에서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비전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수 있었다. 이들에게 상담 기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상담 기술을 익히면 선교지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 유용할 것 같아서였다.
김 목사는 “선교사들은 후원 교회와의 관계가 악화될까 우려해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나 심리적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그동안 힘든 상황에 처한 선교사를 많이 만나면서 이들을 상대로 다양한 상담이 진행돼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KMCM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 해외 선교지를 돌아다니며 선교사들을 만날 계획이다. 김 목사는 “선교사들을 일일이 한국으로 부를 순 없는 노릇이니 분기별로 특정 권역으로 출장을 가서 선교사들을 차례로 만날 것”이라고 했다.
“교단 차원에서 선교사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을 만든 건 감리교단이 유일할 겁니다. 언젠가 한 장로교단의 선교사님으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어요. 기감에 이런 기관이 있다는 게 부럽다는 거였죠. 제 소망은 한국교회 각 교단마다 KMCM 같은 기관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우리 기관이 한국교회에 좋은 모델을 제시했으면 좋겠어요.”
남양주=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