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거울에 비추어 나의 작은 거울을 닦고
주님의 성탄을 기리고 다시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가 시작되었다. 교회력으로는 새해, 새로운 출발이다. 교회마다 기다림을 상징하는 보라색 초를 밝히고 성탄과 새해를 준비한다. 개인적으로는 해마다 숫자의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 진정한 새해를 맞이하려고 하지만, 연말이 되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후회를 막아내기는 쉽지 않다. 사회적으로는 성숙한 리더십의 부재라는 안타까운 현실이 추위보다 더 혹독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애플의 창업자이며 혁신의 아이콘이라 불리우는 스티브 잡스는 해고되었다가 12년 만에 애플로 돌아오면서 “우리 모두가 성공할 때마다 문을 두드리는 오만함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인생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면서 그가 성찰한 내용은 오만함에 대한 주의였다. 우리 사회에서 소위 갑질과 관련하여 권력을 획득한 후에 공감과 역지사지의 능력이 마비되는 사례를 적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권력과 결합한 오만함은 자기 자신을 마비시키는 일종의 중독과도 같다. 오만함의 영향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삶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합당한 노력 없이 권력을 획득한 경우에는 연령이나 지위와 상관없이 마비의 수준과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자 대커 켈트너(Dacher Keltner)는 20년간의 연구를 통해 연구대상자들에게 권력이 주어졌을 때 마치 정신적 외상을 유발하는 뇌 부상을 당한 사람처럼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권력을 얻은 후에 더 충동적이 됐고 위험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졌으며 가장 중요하게는 역지사지의 능력이 하락했음이 드러난 것이다. 뇌를 연구하는 신경과학의 분야에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는데, 권력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두뇌를 자기장 뇌자극기를 통해 분석한 결과, 권력이 공감능력의 기초라 여겨지는 미러링(mirroring)이라는 특정 신경작동과정을 저해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데이비드 오웬(David Owen)과 조나단 데이비슨(Jonathan Davidson)은 이를 오만증후군(Hubris syndrome)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 증후군을 권력자 특히 굉장히 성공적으로 특정 기간 동안 큰 견제 없이 권력을 누린 지도자에게 생길 수 있는 장애라고 정의했다. 남에 대한 노골적인 경멸, 지극히 낮은 수준의 현실감각, 침착하지 않거나 무모한 행동, 무능함의 표출 등이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러한 증상을 지닌 사람이 영향력 있는 자리에 있다면 한 개인의 마비가 주변에 끼칠 악영향은 몹시 클 것이다. 우리가 오만증후군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이것이 상위 권력에서만 발생하거나 특별히 악한 사람에게만 생기는 증상이라고 할 수 없다는 데에 있다. 리더로서의 기본적인 자질을 충분히 다지지 못한 상태에서 지위나 권력을 가지면 누구나 이와 같은 증상에 빠질 수 있다. 이 증후군이 더욱 두려운 것은 각종 리더십 교육에서 수도 없이 이 점을 강조하지만 정작 본인들은 다른 사람을 떠올릴 뿐 자신에 대해서는 쉽사리 적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크고 작은 권력관계에 놓인 우리 자신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서 제기되고 있는 오만증후군의 문제는 자기 마음을 닦고 거울에 비추어 보는 것이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 있다. 큰 거울에 나의 작은 거울을 끊임없이 닦고, 개선을 위해 반성과 수정의 과정을 지속적으로 거치게 될 때, 비로소 우리 교회와 사회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진정한 새해, 진정한 성장은 바로 그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85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