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을 치유하는 데 열정을 쏟으며 공감과 경청을 통해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는 일에 헌신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상담 전문가인 정혜신 박사는, 자신의 저서와 강연에서 ‘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이는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저항감을 일으키며 신뢰와 공감을 약화시켜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대신에 진정한 경청과 공감이 더 효과적인 대화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 접근 방식은 예수님의 가르침과도 일맥상통한다. 요한복음 8장 1-11절은 예수님의 자비와 용서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 중 하나다. 간음하다가 붙잡힌 여인이 종교 지도자들에 의해 예수님께 끌려와 돌에 맞아 죽을 위기에 처한다. 당시 유대 사회에서 간음은 율법에 따라 사형에 해당하는 중죄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러나 예수님의 반응은 매우 혁신적이고 충격적이었다. 예수님은 침묵을 지키시고 온 주위를 집중시키려 하셨는지 땅에 무언가를 쓰신다. 그러다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을 하신다. 양심에 가책을 받은 사람들은 하나씩 떠나고 결국 여인과 예수님만 남게 된다. 그리고는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이 이야기는 용서, 비판의 정의, 개인의 존엄성, 회복적 정의 등을 중심으로 하는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예수님이 보여주시는 반응은 비판과 심판에서 벗어나 사랑과 용서를 실천하는 모습으로 대변된다. 모든 사람이 죄를 지었음을, 모두가 죄인임을 상기시키고 타인을 심판하고 판단하는 대신 자비를 베풀 것을 촉구하신다. 우리들의 공동체 안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타인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회복과 변화를 도울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를 몸소 알려주신다. 취업한 지 얼마 안 된 한 젊은 여성이 직장에서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로 인해 심한 죄책감과 두려움에 시달렸다. 가여운 사회초년생에게 상사의 질책은 끔찍하기만 했고 안 그래도 힘들었던 그녀의 자존감은 더욱 낮아졌고 안정감은 바닥에 떨어져 하루하루 불안과 긴장 속에 지냈다. 의욕을 잃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심정까지 들었다. 그러나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그녀를 찾아와 그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듣고 일관된 태도로 그녀의 마음을 이해해 주었다. 다시 일어서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용기를 심어 준 동료에 힘입어 서서히 자신감을 회복하고 실수를 통해 오히려 더 나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간음하다 잡혀 온 여인은 자신의 가치와 정체성에 대한 왜곡된 신념을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부정적인 자기 신념은 자존감의 저하와 부적절한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수님의 용서는 여인이 자신의 행동을 재평가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신 것이다. 이는 그녀가 자신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건강한 사고 패턴을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 내적 성찰을 통해 행동의 변화를 촉진하게 되었을 것이다. 공감적 지원을 받은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나은 회복탄력성을 보인다. 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루는 데 공감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않으니 다시는 죄를 짓지 말라”는 말씀은 여인에게 자기 효능감(Self-Efficacy)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을 것이다. 자기 효능감은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믿고 행동하는 능력으로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심리적 자원이다.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행동은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와 수용(Acceptance)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여인을 정죄하지 않고 새로운 시작을 제안함으로써 치유와 회복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해주셨다. 여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신 것이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이웃을 심판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자비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실천적 삶을 살아야 한다. 정혜신 박사의 ‘충조평판’하지 말라는 메시지처럼 타인의 경험과 감정을 존중하고 그들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에 힘써야 한다. 예수님의 메시지가 삶 속에서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 깊이 고민하며 그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용서와 회복의 은혜를 경험하도록 도울 수 있다. 성경의 교훈이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 어떻게 살아 숨 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일 것이다. 김화순 소장∥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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