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감 증폭 사회
모 대기업 부회장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내용이 화제가 되어 연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관련 계열사들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주가가 폭락하며 발언 내용이 정치권으로까지 번져 여당과 야당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계가 보여주는 피로감에 SNS가 주는 피로감이 더해지는 셈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는 또 하나의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사회적 관계 형성과 정보를 공유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용자의 대인관계를 기반으로 서로 접촉시키는 역할도 하고 있다. SNS는 개인의 생각과 느낌, 그리고 일상의 활동 등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공간을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자신의 정체성 표현을 선별하여 전달하는 자기표현의 장이 되었다.
자기표현의 욕구들과 더불어 언급되는 것이 심리적 부담, 즉 피로감이라는 부정적 정서의 확산이다. 사람들은 가상공간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표현을 함으로써 내면에 숨겨진 욕구와 기대를 충족하지만 자기표현에 대한 심리적 비용을 지불하기도 한다. 필요한 욕구 충족과 아울러 이용에 대한 피로감도 함께 야기될 수도 있다. 올린 글에 누군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에 대해 계속해서 신경을 쓸 수도 있으며 이로 인해 피로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정보 과부하에 대한 부담, 프라이버시를 비롯한 개인정보 노출에 대한 우려, 그리고 평판에 대해 걱정하는 평판인식의 측면 등이 SNS의 피로감과 관련되어 있다.
SNS를 개방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평판에 대한 피로감을 많이 느끼는데, 자신이 올린 메시지나 콘텐츠에 대한 타인들의 반응이나 타인들에게 보여지는 자신의 이미지에 대해 과도하게 집착하게 된다. 어떠한 글을 게재했을 때 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할까 봐 혹은 글에 대해서 무시를 할까 봐 걱정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높은 밀도의 관계망과 빠르게 확산되는 정보의 특성상 자신의 평판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거나 평판을 관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
SNS에 올라온 타인의 일상 중 해외여행과 값비싼 취미생활, 고급스러운 식사와 파티 등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댓글이나 포스팅에 대한 무반응 걱정, 업데이트에 대한 부담, 과도한 이용으로 인한 수면 부족 등도 피로감 유발 요인이 된다. SNS로부터 전해지는 감성은 감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러한 감정 전이로 인하여 대인관계에서 우울증이 확산될 수 있다.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소식을 읽으면 뉴스피드를 읽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불행 또는 우울감을 느낀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SNS가 우리 삶과 사회에 차지하는 영향을 간과할 수는 없다. 피로감을 주기도 하지만, 중요한 정보들이 전파되고 공유되는 긍정적인 측면 또한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피로감을 덜 느끼면서 효율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용 시간을 정하고, 이를 왜 하는지 생각해보는 게 좋다. 부러운 감정이나 불행하다는 감정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학자들은 말하는데, 이를 자각하는 순간 균형을 잡을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는 SNS 중독 등 정신건강 문제들이 급속하게 표출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종합적인 정신건강 정책 및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SNS 피로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정서적 어려움이 존재하며, 이것이 우울과 연관되어 있음을 감안하여 우울 문제 예방을 위한 정신건강 지침을 교육, 상담해주는 프로그램의 저변확대가 시급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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