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속도를 맞춰가는 사람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상담실에 답답한 공기가 흐를 때가 있다. 한 가지 질문에 답하는 속도가 얼마나 느린지, 내뱉는 한숨은 또 어찌나 긴지, 상담이 다소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 무성의한 대답으로 일관하는 내담자가 있다. 도대체 왜 상담을 하려고 온 것인지, 왜 그렇게 시간을 값없이 사용하는지 은근히 분노가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서 상담자에게는 인내심과 관대함이라는 덕목이 필요하다. 내담자의 느린 걸음에도, 급한 발걸음에도 속도를 맞춰 함께 걸을 줄 알아야 진정한 상담가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 비해 상담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면서 정신건강을 위해서 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담은 상담자와 내담자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과정이다. 따라서 상담의 성과는 상담자, 내담자 그리고 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지는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로저스(Rogers)는 인간은 누구나 자기 성장에 대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상담은 이 잠재력과 가능성을 촉진시키기 위한 활동으로 내담자가 상담자와의 관계를 통해 사고와 감정 및 행동의 변화를 추구하고 인간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다. 상담관계는 사적인 관계지만 보통 일상적인 친밀한 인간관계와는 다른 전문적 관계이다. 상담에서의 관계는 ‘나’를 넘어 ‘우리’를 창조하는 과정으로 상담자와 내담자의 고유한 영향을 넘어서는 새로운 관계라 할 수 있다. 내담자의 반응속도가 느리더라도 침묵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기다려 줄 수 있어야 하며, 방어와 저항의 태도에도 분내지 않고 수용하고 진실하게 공감해야 하는 이유이다. 어디 상담뿐일까. 대인관계는 진실할수록 도움이 된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내 속에 있는 진실을 보여 줄 때에만 그 사람 역시 자신 속의 진실을 성공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로저스는 모든 사람은 확실하게 하나의 외딴섬과도 같은 존재라고 하면서 사람이 다른 섬과 교량을 놓으려면 제일 먼저 기꺼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하고 자기 자신이 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디오에서 노인과 함께 걷고 있는 반려견의 이야기를 한다. 노인의 걸음이 느리다. 그런 노인의 속도에 맞추어 늙은 반려견은 결코 앞서지도 않고 그렇다고 뒤처지지도 않는다. 노인이 걷다가 멈추면 함께 멈추어 주인을 지긋이 올려다본다. 느려도 됀찮다는 눈빛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서로의 속도를 이해하고 맞춰가는 것이라는 앵커의 목소리가 긴 여운으로 남는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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