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우리는 때때로 실수를 하고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 때론 의도치 않게, 때론 무심코, 때론 자신도 모르게. 그런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자신이 상처를 입힌 그 사람에게 어떻게 용서를 구해야 할지 고뇌하기도 하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망설임으로 시간을 흘려보내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삶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훈련의 과정을 통해 성장하는지도 모른다. 사과를 한다는 것은 단순히 “미안해”라는 말을 넘어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이해하는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준 상처의 깊이와 너비를 인식하고 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의 시작점이다. 오랜 시간 아들과의 불화로 힘들었던 어머니가 아들에게 편지를 쓰기 위해 펜을 집어 드는 순간, 무심코 한 말과 행동으로 가까운 친구와의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자존심 때문에 한없이 멀어지기만 할 때 친구의 전화번호를 찾아 초록의 통화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 순간은 자기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깊이 반성하고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관계로의 발을 내딛는 의미 있는 순간이다. 상담실에서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누군가가 미워서 견딜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어 그 사람에게 다가갈 수 없어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직접 찾아가 문제를 해결할 용기는 없지만 나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힘들어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진 이들이 종종 있다. 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질 때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겉보기에는 지극한 이타심의 발로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바람이 진정으로 타인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기중심적 동기에서 비롯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자신의 죄책감을 완화하고자 하는 욕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자신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말로 그들의 행복을 원한다면, 단순히 바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 사과의 말을 전하거나 그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바람은 단지 무의미한 소망에 불과할 수 있다. 때로는 상대방이 편안하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뒤에, 그들의 감정이나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이는 타인의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는 자신의 기대에 그들을 맞추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를 위해 진실한 마음으로 빌어준다는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도록 공감 어린 지지를 보내는 것이지 나의 기준에 맞춰 변화시키려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을 통해 우리 자신의 성장도 함께 도모하게 된다는 것은 신비하면서도 당연한 일이다. 상처를 준 경험을 반성하고 이를 통해 배려 깊은 사람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우리를 성숙한 사람으로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더 건강한 관계를 구축하는 자원을 얻게 될 뿐만 아니라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도와주어 관계 속에서 신뢰할만한 사람으로 자리하게 된다. 소통의 길을 걷기 시작하는 순간, 그 첫걸음은 언제나 자신과의 솔직한 대화에서 비롯된다. 타인의 마음에 남긴 상처를 담담히 마주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순간들이 내면의 어두운 곳을 바라보게 하고 타인의 세계를 이해하려는 진심 어린 노력을 기울이게 한다. 또한 우리의 허물과 실수를 통하여 하나님의 용서와 사랑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성찰의 과정을 통해 서로의 미숙함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격려하는 가운데 우리가 속한 공동체는 더욱 굳건한 연대감을 형성해 간다. 이러한 연대는 무거운 고난주일의 침묵과 환희에 가득 찬 부활주일을 앞에 두고 소망을 더욱 굳건히 하여 십자가의 아픔을 넘어 부활의 영광을 바라보게 해준다. 고난의 시기, 찬란한 부활을 맞이하기 위하여 서로의 부담을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해를 키워가며 주어진 삶의 참된 의미와 목적을 발견하기를 소망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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