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살리는 손, 영혼을 돌보는 손

  우리 사회는 중증외상 전문의 부족이라는 현실적이고 심각한 의료 위기 앞에 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에 위치한 국내 유일의 중증외상 전문의 수련센터가 예산 부족으로 운영 중단 위기에 처했다가 서울시의 긴급 지원으로 간신히 위기를 면한 사례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중증외상 전문의는 대형 사고나 재난에서 위급한 환자들의 생존을 책임지는 필수적 의료인력이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인해…

조용한 공범들

  얼마전, 초등학생이 교사에 의해 살해당한 비극적이고도 고통스러운 사건이 있었다.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분노했지만 동료 교사들이나 학교 측이 보인 태도는 또 다른 질문을 갖게 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왜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대처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러운 거리두기와 미온적 반응은 어쩌면 우리 사회 전반에 퍼져 있는 온정주의의 또 다른 얼굴이 아니었을까. 비극을 방지할 수 있었던…

타오르고 사라져도 남는 것들

봄이 왔건만, 꽃보다 먼저 검은 연기가 피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 지역으로 번졌고 영덕과 울진, 청송, 안동 등 낯익은 이름의 마을들이 잿더미로 바뀌었다. 삶의 터전인 집들이 무너졌고 논과 밭, 산, 문화재들까지 불길은 가리지 않고 삼켜 버렸다. 이웃을 살리기 위해 다시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방대원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불이 꺼진 자리에 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