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결론 나지 않은 채로 살아간다는 것

  흔히들 결정장애라는 말을 한다.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미루는 상태를 가리킬 때 사용되며, 많은 사람이 스스로를 그렇게 부른다. 정하지 못하고 보류하고 확신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론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는 미완성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따라붙는다. 결론에도 장애라는 말을 붙이나 싶어 간과하고 흘려보내던 단어였지만, 마음의 임시 거처에 놓여 있는 상태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 말이 사용되는 이유를 다시…

기억은 어떻게 오늘을 만드는가

  성탄이 다가오면 자연스레 어린 시절 기억이 떠오른다. 교회에 모여 성탄 축하 발표회를 준비하던 기억들, 잘되지 않는 영어 발음으로 캐롤을 부르다 서로를 바라보며 웃던 얼굴들, 사회를 맡아 손에 땀을 쥐고도 태연한 척 애쓰던 순간, 집집마다 다니며 새벽송을 부르고 간식거리를 한 바구니씩 얻어 쌓아두고, 으레 꼬박 밤을 새우며 성탄의 새벽을 맞이하곤 했다. 그때의 성탄 행사는 지금보다…

살아버린 날들은 수정이 안되지만

      살면서 몇 번이나 되뇌이는 말이 있다.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러나 정말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기쁨보다 고통이 유난히 컸던 날들, 원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통과해야 했던 시간들, 마음속에서 수없이 고쳐 쓴 장면들. 삶은 편집의 권한을 우리에게 허락하지 않는다. 살아버린 날들은 수정도, 삭제도 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