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총기 휴대를 허용하는 결정을 내린 데 이어, 낙태에 대한 여성의 헌법적 권리를 인정한 판결인 로 대 웨이드(Roe v. Wade) 판례를 뒤집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판결 발표에 매우 실망했다는 뜻을 밝히며 미국 사회에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지는 등 사회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분법적 사고는 주변의 사물이나 대상을 둘로 나누어서 판단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다양하고 연속적인 가능성과 선택지 가운데 둘을 고를 때, 선택되는 두 개의 값은 극단적이기 쉽다. ‘그렇다와 아니다’, ‘옳다와 그르다’, ‘선과 악’ 등의 판단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이분법적 사고는 흑백 논리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니다.’ 식의 사고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분법적 사고가 집약적으로 발현되는 정신병리는 경계선 성격장애이다. 경계선 성격장애 환자들은 세상에 대해 회색의 중간지대를 보지 못하고, 극단적이고 양분법적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사고는 감정과 자기상, 대인관계에서 보여지는 불안정성의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우울증, 자살, 섭식 장애, 역기능적 완벽주의와도 연관되어 있으며, 전반적인 부적응, 부정적 정서, 분노와 소외, 충동조절 장애, 지각의 왜곡과 사고 과정이 흩어지는 경향과도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이분법적 사고는 경계선 성격장애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병리에 걸친 취약성의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정신 역동에 있어서, 편집 성향의 사람들은 자신의 정서적 생존을 위해서 선한 것과 악한 것을 둘로 나누고, 나쁜 것은 모두 외부의 인물에게 투사한다. 이들은 내면적으로 상처받아 낮아진 자존감을 가지고 있으나, 안 좋은 일이나 어려움을 만났을 때 타인을 책망함으로써 “나는 괜찮은 사람이나 다른 사람들이 잘 못 되었다.”는 식으로 스스로의 자아상을 높인다. 이분법 사고의 요인 중 하나로 ‘편 가르기’가 있는데, 내 편과 상대편, 동지 아니면 적과 같이 대인관계의 의미를 양분하여 판단하는 특징을 가진다. 특히 편집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극단적인 양자택일을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어떤 대상이 자신과 단단하고 독점적인 관계를 맺어서 줄곧 나만을 생각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 대상은 나와 정서적으로 무관하다는 관계의 양상을 보인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일을 대립적인 구도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매우 적대적인 해석과 매우 우호적인 해석이 있을 뿐이고, 중립지대가 없다. 사소한 일에서도 이분법적으로 사고하여 오해하기 때문에, 우호적 관계가 한순간에 적으로 전락할 수 있어 인간관계는 불안정해지고 고립된다. 사회적 상황은 여러 대인관계와 물리적 대상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상호작용의 장이다. 복잡한 상호작용 속에서 다양한 관점을 통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해석을 나타내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떠한 관점이든 대화와 토론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관점만이 옳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이루는 데에 있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저러한 반대의 논리나 찬성의 입장에 대해서 심도있게 살펴보는 존중의 품격이 있는 사회를 기대해 본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저작권자 © 당당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http://www.dangdang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