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균형을 지키기 위한 노력
딸과 함께 대학 총학생회 활동을 하던 딸의 후배와 문자를 주고받을 일이 있었다. 축하의 메시지를 보내 준 것에 감사의 인사를 보냈는데 그에 대한 답장이 20대 초반의 청년이 맞나 의심이 들 정도의 내용이었다. 예의가 바른 것은 물론이요 서툴지 않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 그러면서도 정확한 자기 의사 표현이 벌써부터 균형잡힌 삶의 태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졌다. 자못 기대감을 갖게 하는 젊은이였다.
자신의 삶을 균형 있게 가꾸어 온 사람과의 대화는 익사이팅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묵직한 안정감을 가져다준다. 그가 비록 부유하지 않더라도, 호령하는 높은 자리에 있지 않더라도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되고 깊은 호수를 대하고 있는 것처럼 대화의 만족도 또한 높다. 지나온 삶의 여정이 어떻길래 그러한 품위가 발현되는지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오랜 기간동안 우리 사회에서 개인은 타인과의 비교와 경쟁 프레임에 끊임없이 시달리면서 타율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아왔다. 과도한 자극에 노출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바쁘게 살아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고착되면서 효율성이 우선적 가치가 되어 소중한 존재인 개개인은 뒷전으로 밀려나 하나의 수단으로 이용되어 시대적 슬픔을 자아내기도 했다. 모든 개인은 그 자체로, 존재만으로도 소중하다. 누구나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강점을 가지고 있고 이를 발현하는 과정에서 진정한 삶의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가 널리 퍼져 있는 사회는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갇히지 않고 개인의 다양성과 고유성을 존중하게 된다. 개인의 역량을 가시화하고 더욱 확장해 나가는 동시에, 타인과 상생하고 협력하여 성숙한 집단 지성을 발휘하게 된다. 이제는 지나친 경쟁과 성과 위주보다는 지속가능하고 창의적인 풍토를 지향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과거에 대한 후회나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아닌 바로 지금 현재를 살면서 성장 지향적인 삶을 살고 자신을 돌보고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어야 한다. 획일적인 잣대가 아닌 ‘어떤 삶이 좋은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성찰하고 주체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를 토대로 균형을 잡을 수 있어야만 극단의 욕망, 타인의 시선과 기준을 따르는 것을 멈추고 나에게 충실하고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다. 자아성찰과 객관화를 토대로 삶의 철학과 가치가 잘 정립된 사람일수록 극단에 치우치지 않고 자기답고 건강한 균형잡힌 삶을 살게 된다. 삶의 기본적인 내용을 이해하고 그 목적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고유한 방식으로 자신만의 균형을 정립하고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현대인들은 행복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일방적인 희생과 노력만을 강요하는 현실에 반발하면서 스스로 업무의 양과 수입을 조절하고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춰 삶의 만족도를 향상하려는 자기 주도적인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에 갑작스럽게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는 한층 가속화되었다. 이러한 때에 개인의 전인적인 균형 형성을 무시하고 집단의 이익을 위해 개인이 희생되는 일은 멈추어져야 한다. 사회와 국가가 먼저 전인적인 성장에 초점을 두고 이를 강화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공동체의 룰을 지키되 자칫 집단 지향적인 경향성이 지나쳐서 축소될 수 있는 개인의 권리에 대한 감수성을 더욱 신장시켜 주어야 한다. 균형은 우리 사회가 질적인 성장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균형을 잡는다는 것은 삶의 의미와 목적을 성찰하고 중요한 가치에 매진하는 삶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생에 행복과 불행, 고통이 공존하며 희노애락이 자연스러운 것임을 수용하는 삶의 지혜와 심리적 탄력성이 필요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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