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MBTI가 뭐니
바야흐로 수련회 시즌이다. 개교회마다 여름 수련회 프로그램 준비와 실행에 여념이 없다. 얼마 만인가! 무척이나 반갑다. 우리 상담센터에도 수련회 프로그램 강사를 찾는 문의가 쇄도하고 상담과 관련된 특강이나 세미나 요청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3년이라는 답답한 시간을 견뎌내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 그 사이에서의 관계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온몸과 마음으로 부대끼며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교회가 다시금 활기를 찾고 새롭게 도약하는 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어느 교회에서 중고등부 수련회 프로그램으로 MBTI 성격유형 워크샵을 의뢰하였다. 담당 목사의 요청은 이러했다. ‘학생들이 대화할 때면 빠지지 않고 성격유형을 이야기해요. 그런데 나는 뭐다 너는 뭐다 하는 것에서 그치더라구요. 이번 수련회에서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을 규정짓기보다 어떻게 하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들을 개발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 변화에 초점을 맞추는 워크샵을 진행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주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행에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꿰뚫고 있다는 생각에 전문 강사를 연결하였다. 최근 MZ 세대에 자리매김한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인터넷상에서 누구나 한 번쯤 쉽게 자신의 유형이 무엇인지 검사를 해보았을 것이다. 이 테스트는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상담이나 성격 측정, 치료 분야에서 유용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MZ 세대 사이에서는 이제 더 이상 성격유형 검사만이 아닌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새로운 만남의 자리에서 자기를 소개할 때 유형을 이야기하면서 급속히 이해도와 친밀감을 높이고, 약속이나 여행시에도 MBTI를 고려하는 모습이 일상이 되었다.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고 한편으로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제한적으로만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가 되기도 한다. 트렌드만 보면 MBTI신드롬은 인간의 본능을 가장 충실히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이라 할 만하다. 사회적 교류가 단절된 고립의 시대,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질성이 강한 집단에 소속되기 위해 서로의 유형을 궁금해한다. 또한 내가 특정 범주로 규정되는 ‘정상적 인격’을 가졌음에 안도한다. 기업들은 MBTI마케팅을 선보이고 심지어 선호지표가 표시된 맥주까지 출시되어 청년층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다. 어느 잡지의 보도에 따르면 CNN은 한국 젊은이들은 데이트 상대를 찾을 때도 MBTI를 적극 활용하며, 채용을 할 때에도 이것을 이용한다고 보도하며, MZ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반면에 외적인 측면에서는 과몰입의 우려가 있다고 하였다. 심리학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하는데, 비판의 대부분은 이분법적 척도, 신뢰도, 타당성, 행동이나 인지에 대한 상황적 영향의 과소평가에 대한 내용들이다. 작가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녀의 딸 이사벨 브릭스는 융심리학을 근거로 선호지표를 개발하였으나 이들은 의사도 심리학자도 아니었다. 심리학자들은 지표 자체의 객관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동시에, 과학적인 방법론에 기초한 현대 심리학과는 뿌리가 다르며 주류 심리학계는 물론 정신의학계에서도 지나친 상업성 등을 염려하고 있다. ‘나는 내향적인 성격이라 친구관계를 잘 못하는게 당연해’, ‘저 사람은 나와 완전히 다른 유형이라 어울리기가 쉽지 않아’, ‘내 성격이랑 안 맞으니 지금 일을 그만두어야 할까?’, ‘소심하고 신중한 나는 크게 성공하기 어려우니 포기할까?’ ‘나는 원래 그래’와 같은 결정적이며 편향적 인식에는 아주 신중할 필요가 있다. 나는 원래 그런 게 아니라, 지금 그럴 뿐이고 혹은 과거에 그랬을 뿐이다.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변함없이 항상 그런 사람은 없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고 사람은 주어진 환경이나 조건에 적응하면서 변화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을 알아가고 이해한다는 것은 많은 노력과 끊임없는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왜냐하면 자신을 알고 이해하며 성숙함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평생에 걸쳐 이루어야 할 인생과업이기 때문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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