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참 공부에 열중하던 시절, 철학책을 읽고 이해하는 일이 참으로 어려웠다. 그래서인지 철학 서적을 선택하는 데에는 항상 망설임이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철학자들의 이름으로 지어진 책들이 나열되기 시작했고, 손 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묘한 불안감에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 전에 읽던 것과는 달리, 간단하게 사상을 이해할 수 있고 삶에 쉽게 적용할 수 있게 쓰여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덧 책꽂이에 한 권 두 권 꽂히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제법 철학자들과 친근한 느낌마저 든다.
삶이라는 것이 명확한 길잡이가 없어서 막막하고 예측 불가능한 길로 여겨질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철학이라는 나침반을 떠올리게 된다. 철학은 단순히 고대 사상가들의 복잡한 이론을 넘어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질문들을 깊이 있게 탐색하게 해준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 서적의 유행은 지식의 추구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불확실성, 답이 없어 보이는 개인적 고민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욕구로부터 시작되었으리라 본다. 자기 자신만의 길, 자기 인생의 방향성을 찾으려는 이들에게 자기 계발과 자아실현의 기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정신적, 영적 풍요로움에 발을 담그는 기회를 열어주기 때문일 것이다.
삶은 끊임없는 질문과 성찰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쇼펜하우어와 같은 철학자를 이해하려고 할 때, 그의 비관주의적 시각이나 욕망에 대한 해석은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지만 그의 사상을 삶의 현실적 맥락 안에서 균형 잡힌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철학적 탐구는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믿음과 가치에 도전장을 던지게 하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취하게 하며 세상을 바라보는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한다. 그러므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비롯한 어떠한 철학적 사상도 단편적으로 접근하거나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이러한 귀중한 과정을 놓치는 것이 될 수 있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 치여 살면서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곤 한다. 그러다 문득, 직장에서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이 추구해야 할 최종 목표인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변화는 극적이거나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실천에서 조금씩 이루어진다. 일상에서 감사할 수 있는 순간들을 찾음으로써 자신의 삶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만족감을 누릴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일, 관계, 심지어 마음속 깊은 생각들은 삶을 구성하는 철학적 질문들로 이어진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가장 먼저 무엇을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을 통해서도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를 매길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일상의 바쁜 일정에 쫓기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다. 하지만 아침의 첫 생각은 우리에게 그날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어떤 가치를 중심에 두고 살 것인지를 제시해준다. 하루의 끝을 어떤 감정으로 마무리할까? 라는 성찰적 질문을 통해 만족과 평화를 느낀다면 하루를 잘 보냈다는 증거가 될 것이고, 불안하고 불만족스러운 마음이 든다면 어떤 부분을 재평가해야 하는지를 숙고할 수 있게 한다.
사실, 행복이라는 위대한 가치도 우리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을 수 있다. 어마어마한 성취의 순간이 아니라 가족과의 행복한 식사, 친구와 차를 마시며 나누는 따뜻한 대화 속에 들어 있을 수 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작은 친절을 베풀 때의 파장은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우리 자신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로 돌아올 뿐만 아니라 세상과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인이 된다. 이러한 순간들은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게 한다.
인간의 욕망이 완전히 채워지는 일은 없다. 단호히 없다. 욕망이 충족되지 않아서 불행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쉽게 충족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인생의 허무함에 빠진다. 욕망이 채워져서 행복하다고 해도 고통은 여전히 남아 있고, 아픔에서 벗어났다 해도 곧 다시 겪게 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또 다른 것을 욕망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돈이 행복의 조건이 될 수 없다는 것 또한 체감하며 산다. 쌓아도 쌓아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결국 내면의 공허감을 채우기 위한 삶은 평생 만족과는 거리가 멀게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여전히 질문하고 성찰하며 주어진 삶을 또 그렇게 질긋하게 살아내는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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