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사랑생활
의사들에게조차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법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가 높은 시청률과 함께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연일 미간을 찌푸리게 하는 뉴스와 지난한 감염병 소식에 가슴 따뜻해지고 때로는 먹먹함에 눈물 훔치는 시간이었다. 드라마 제작팀은 ‘따스함이 눈물겨워진 시대에 작지만 따뜻하고, 가볍지만 마음 한 켠을 묵직하게 채워 줄 감동이 아닌 공감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기획 의도를 밝히고 있다. 그러면서 치열하게, 인간답게 살아가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섯 명의 의사는 불혹의 나이에 접어든 청춘을 함께한, 존재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던 소중한 친구들이다. 전문의 10년 차임에도 여전히 수술실 앞에서 경건한 긴장을 감추지 못한다. 의사와 의사와의 만남, 의사와 환자와의 만남, 환자와 환자와의 만남 속에 사람의 따스한 체온을 저변에 두고 거리 두기와 경계하기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따스한 손길을 건넨다. 말 한마디, 눈빛 하나 감동적이지 않은 게 없다.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사람의 냄새는 향기 그 자체다. 삶과 죽음이 공존하고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는 병원이라는 현장이기에 더욱 짙은 향내를 풍긴다. 인간미 넘치는 의사들의 이야기지만, 과연 어느 의사가 이처럼 이상적인 진료를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우리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강렬한 바램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사람과의 접촉이 드물어진 시대, 내 몸을 지키기에 급급하여 타인의 아픔은 모른 척 살아가는 우리에게 날리는 일침이 아닐까 싶다. 시청하는 내내 ‘슬기로운 목사생활’ ‘슬기로운 교회생활’의 풍경을 떠올려 본다. 적당한 사명감과 기본적인 양심조차 잃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이 적잖이 스쳐간다. 목사와 목사, 목사와 성도, 성도와 성도 사이에 겹겹이 쌓인 담과 견고하게 잠긴 빗장이 떠올라 가슴이 시리다. 성도들에게 진심 어린 양육과 돌봄을 받고 있다는 굳건한 신뢰를 줄 수 있는 목회자, 세속적 욕망과 안위보다는 절망으로부터 위로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을 이루고 싶은 것은 비단 나뿐 아닌 세상 모든 목사의 소망일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슬기로운 가정생활’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지는 않은가. 예배는 주님 앞에서 나를 죽이는 시간이다. 예배당에서만 내가 죽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 삶의 현장에서 온라인을 통한 예배를 드리면서도 나를 죽일 수 있어야 한다. 예배를 통해 내가 죽어야 내 안에 진리의 주님이 임하시고, 우리의 영혼은 깨끗하게 되며, 거짓이 없이 가족과 형제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가족이기 때문에 당연히 사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가족 간의 사랑에도 잘못된 사랑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부부간의 사랑도 거짓된 사랑으로 일관되는 경우도 있다. 이기적인 사랑으로 인해, 서로 상처받아 힘들어하는 부부도 많이 있다. 뿐만 아니라 부모의 자식을 향한 이기적인 사랑으로 인해 상처받는 자녀들도 있다. 폭력을 사랑으로 포장하기도 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녀의 삶을 삼켜버리기도 한다. 부모의 비난을 견디지 못해 부모가 보는 앞에서 투신한 아들의 기사를 접하면서, 가정을 사랑의 요람으로 삼아야 하는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성경에서는 거짓이 없이 사랑하되, ‘마음으로 뜨겁게 서로 사랑하라‘(벧전2:22)고 요청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서로를 마음을 다해 뜨겁게 사랑하는가? 우리는 마음을 다해 성도들을 뜨겁게 사랑하는가? 우리는 온 마음을 다해 거짓 없이 가족을 사랑하는가? 사람 냄새가 그립다.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살맛 나는 세상이 더욱 그리운 날이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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