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오르고 사라져도 남는 것들
봄이 왔건만, 꽃보다 먼저 검은 연기가 피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 지역으로 번졌고 영덕과 울진, 청송, 안동 등 낯익은 이름의 마을들이 잿더미로 바뀌었다. 삶의 터전인 집들이 무너졌고 논과 밭, 산, 문화재들까지 불길은 가리지 않고 삼켜 버렸다. 이웃을 살리기 위해 다시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방대원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불이 꺼진 자리에 남은…
봄이 왔건만, 꽃보다 먼저 검은 연기가 피었다.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주변 지역으로 번졌고 영덕과 울진, 청송, 안동 등 낯익은 이름의 마을들이 잿더미로 바뀌었다. 삶의 터전인 집들이 무너졌고 논과 밭, 산, 문화재들까지 불길은 가리지 않고 삼켜 버렸다. 이웃을 살리기 위해 다시 불 속으로 뛰어 들어간 소방대원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불이 꺼진 자리에 남은…
대한민국은 지금 중요한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내려지면 누군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이고 누군가는 깊은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법적 판단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념과 삶의 방향이 걸린 문제다. 그래서 사람들은 긴장하고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밤잠을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오늘도 많은 이들이 뉴스…
가까운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느껴지는 불편함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부부, 연인, 가족이나 오랜 지인과 대화하다 보면 생각이 엇갈려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감정이 상하는 순간이 온다. 사소한 차이가 가치관의 충돌로 번지고 서로 이해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쌓이면 거리감이 생긴다. 정치적 입장, 사회 문제, 신앙적 태도처럼 삶의 중요한 부분에서 견해가 다를 때, 상대를 있는…
오래된 정원에 서 있었다. 한때 아름다운 꽃과 건강한 나무들로 가득했던 이곳은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갔다. 가지들은 엉켜버렸고 일부 나무들은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가시를 키우기 시작했다. 가시는 본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결국 그 가시는 다른 나무들의 성장을 막고 새들이 둥지를 틀지 못하게 만들었다. 정원은 더 이상 생명을 품는 곳이 아니라 고립의 공간이 되어버렸다. 한때…
진심을 다하면 결국 통할 것이라고 믿었다. 상처받은 내담자가 변할 수 있도록, 마음 깊숙한 곳까지 닿을 수 있도록, 한 회기 한 회기 최선을 다했다. 때로는 내담자의 분노와 방어를 감내하며 언젠가는 그 벽이 무너질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 믿음이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상담자는 내담자와의 관계를 신뢰했던 만큼 상처가 깊을 수도 있다. 오랜 시간 함께한 내담자가…
분주히 오가는 버스, 어딘가를 향해 걸어가는 사람들, 기다림을 나르는 택배기사, 길모퉁이에서 은근히 유혹하는 붕어빵 냄새. 익숙한 풍경들은 단순히 반복되는 일상이 아니라 세상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정교한 퍼즐 조각과도 같다. 어쩌면 우리는 소소한 움직임들이 만들어내는 안정감 덕분에 삶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심리학자 샐리그만(Martin Seligman)은 일상의 안정감이 회복탄력성을 키우는 중요한 토대가 된다고…
겨울 새벽,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걷다가 문득 시간을 떠올렸다. 그저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시간은 사실, 멈춤과 선택의 틈으로 가득 차 있다. 하루라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무의미한 반복으로, 또 다른 이에게는 삶을 바꾸는 전환점으로 남는다. 시간은 그 자체로 방향을 제시하지 않지만 무엇을 붙들고 무엇을 놓을지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혼란과 긴장의 순간을…
시속 107,000km. 지구는 태양을 중심으로 빠르게 공전하며 매 순간 거대한 여정을 이어간다. 이렇게 엄청난 속도로 움직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흐름을 느끼지 못한 채 살아간다. 우리의 일상이 그렇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방향을 잃거나 익숙한 반복에 머물러 버리곤 한다. 2024년 12월,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큰 혼란을 겪으며 스스로의 궤도를 점검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 계엄령이라는…
지난 주, 태국에서 선교사 자녀(MK)를 위한 상담 캠프를 열었다. 이 캠프는 단순한 상담 프로그램이라기보다, MK의 삶을 가까이에서 들여다보고 현실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실질적인 대안과 극복 방법을 모색하는 시간이었다. 선교사 자녀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한국을 떠나 국제적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문화적, 심리적, 사회적 경계를 넘나드는 도전의 연속이다. 사전 심리검사를 통해 자신을 점검해 보고…
춥고 어두운 밤, 광장에 촛불이 다시 타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시린 겨울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끝없이 모여들었다. 얼굴에는 분노와 두려움이 서려 있었지만 손에 든 촛불은 단순한 불빛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굳은 의지의 상징이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을 때, 국민들은 침묵 대신 행동을 선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앞으로도 계속 리더십과 정치 구조에 대한 신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