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의 기억들이 켜켜이 쌓여갈 때

“여행 가서 카지노 구경하러 들어갔다가 몇백만 원을 땄어요. 그 이후로 계속 생각이 나면서 카지노의 기계 소리가 멈추지 않고 들려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그곳에 들어가면 스트레스가 한순간에 날아가요. 돈을 따면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요. 화려한 공간에서 제일 능력 있는 사람처럼 여겨지고 이걸로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죠. 한 방이면 되는데 회사생활을 뭣하러 하나…

짜증 이면에 담긴 것들

혜진씨는 직장 동료로부터 ‘왜 이렇게 짜증을 내냐’는 핀잔 섞인 말을 듣고 자신이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는 사람인 줄 몰랐다며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물어 왔다. 최근에 사람들이 ‘아 짜증나!’라는 말이 일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온다고 한다. 흥행하는 영화를 보면서 속이 답답해 짜증이 폭발했다든지, 정치 관련 뉴스를 보면서 짜증이 올라와 물건을 집어 던졌다든지, 짜증이 나서 주변 상황 아랑곳하지…

올해 당신의 색은 무엇인가요

세상에 음악이 없다면 어떨까. 무척이나 밋밋하고 적막하게 느껴질 것이다. 곁에 항상 음악을 두고 있는 나로서는 음악이 없다는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곳에 음악이 곁들여져 있으며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이 극의 감동을 몇 배나 증폭시켜준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블루스라는 음악은 찬송가와 흑인 영가로부터 발전했다. 흑인들이 목화밭에서 힘든 노역을 하면서 노동의 고통을 잠시나마 잊기…

시간은 이미 거기에 있지 않다

새해가 되면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 운동시설이 아닌가 싶다. 그 흐름에 합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과연 몇 날이나 열기를 이어 갈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얄팍한 웃음들을 지어 보였지만 언제나 그렇듯 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시간을 꿰어간다는 것이니 그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인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살아있는 어떤 존재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

지금 나의 마음이 상처를 입진 않았나요

마스크를 썼음에도 갸름한 얼굴과 고운 피부결이 드러났다. 말을 꺼내어 조곤조곤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때는 조금 느리긴 해도 오히려 차분하게 느껴졌다. 한참 대화를 나누다 꺼내어 보여준 손을 보는 순간, ‘아 어쩌면 좋을까’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새어 나왔다. 얼마나 손을 씻었던지 건조하기 이를 데 없이 거칠고 아파 보였다. 마음이 아프기 시작한 지 오래되었고 신체적인 증상으로까지 발현되었음에도 아무…

겸비의 계절

겸비의 계절 누군가 나를 무시하는 행동을 한다면 얼마나 기분이 나쁠까. 게다가 한 공간 안에서 드러내놓고 다른 사람과 차별하여 대한다면 그 상황을 오래 견딜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직장 상사로부터 노골적인 차별과 무시를 당한 한 여성은 그때의 일을 이야기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회 초년생 시절의 경험이었으나 그런 상사의 모습을 보며 ‘참 유치하다’라는 생각을 했다는 그녀에게 엄지척이…

안아주기

안아주기 수십 년이 지났는데도 해마다 한두 번쯤은 대학입학시험을 치루는 꿈을 꾸는 것 같다. 종료시간은 다가오는데 문제의 답을 내지 못해 애를 먹다가 잠에서 깨곤 한다. 아, 그 긴장과 초조함을 어떤 말로 설명할 수 있을까. 대학입시의 계절, 수학능력시험을 치룬 학생들을 생각하니 안쓰럽기 그지없다. 최선의 노력을 하고서도 치열한 경쟁에 놓이고, 원하는 것을 성취하지 못했을 때 겪게 될 좌절감과…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아무도 날 사랑하지 않아 프랑스의 작가 쥘 르나르(Jules Renard)의 <홍당무>라는 동화는 어머니에게 사랑받지 못했던 작가의 쓰라린 유년 시절 추억이 담긴 자전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소년의 붉은 머리와 주근깨로 인해 홍당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그는 성격이 괴팍하고 쌀쌀맞은 어머니와 자식에게 관심은 있으나 일에 바빠 무관심한 아버지, 약삭빠른 형과 소심한 누나와 살면서 따돌림을 당하고 어머니로부터…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슬픔에 공감하는 사람들   배움의 자리에서 동고동락했던 친구가 아프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해 작별의 인사를 나누지 못했기에 실감도 나지 않고 더욱 마음이 아팠다. 가까이 지내던 지인들과 모여 그 친구를 생각하며 오랜 시간 애도했다. 너무나 황망한 소식에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는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시간이었다. 슬픔에 빠져있는 동안 나의 슬퍼하는 얼굴에 관심을…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답다는 노랫말을 이해하는 데에는 꽤 오랜 세월이 걸렸다. 곡조도 아름답고 잔잔한 기타 반주에 더해지는 가수의 목소리도 좋은데 가사의 내용이 마음에 와닿지를 않았다. 이제는 인생의 가을을 살고 있어서일까? 낙엽이 쌓이고, 낙엽이 흩어지고, 낙엽이 사라진 가을날의 외로움과 쓸쓸함의 심정을 이보다 잘 표현할 수 있을까 싶다. 남성들의 가을 심정을 노래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