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성이 아닌 정성으로
한국인들의 가치관이나 생활양식 등이 서구화되어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교는 한국인의 마음과 생활에 여전히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교의 기본 경전 중의 하나인 『중용(中庸)』은 대중적인 라디오 프로그램의 오프닝 멘트에 쓰이기도 하고, 기업 강의나 정치에 대한 기사와 평론에 자주 등장한다. 영화에서 주제를 전달하는 주요 도구로 쓰이는 등 친근성이 높다.
2014년에 개봉한 이재규 감독의 영화 [역린]에서 정조 임금은 자신의 뜻에 따르지 않고 실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학문을 하는 대신들에게 중용에 대해 묻는다. 신하들 중에서 아무도 대답을 못하자 정조를 보필하는 상책이 나직한 소리로 중용 23장을 읊조리는 장면으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다. “한 가지 덕을 정성껏 실천하면 참되고 실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성실하게 실천하여 참된 결과를 얻으면 그것이 겉으로 나타나고, 겉으로 자기 몸에 나타나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칠 정도로 더욱 드러나게 되고, 더욱 드러나면 그 덕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하는 데까지 이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밝게 하면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면 그 사람이 그로 인해 변하게 되고, 그 사람의 마음이 변하게 되면 그 마음이 완전히 동화될 것이다. 그러니 오직 이 세상의 지극히 진실하고 참된 분이어야 능히 다른 사람의 마음을 동화하게 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중용의 깊은 경지 앞에서는 너나없이 모두가 내담자일 수밖에 없다. 중용은 마음의 중심을 바로 세우고 그 중심을 마음 씀을 통해 발휘하게 한다. 평상시 흐트러짐 없는 정신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그 마음을 실제 생활에 어떻게 적용하느냐이다. 마음의 중심을 바로 잡고 그대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여러 장애 요소들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사도 바울은 디모데후서 4장 7절에서 무가치한 것들을 버리고 경건에 이르도록 자신을 연단할 것을 권면한다. 경건은 주님을 향한 경외와 사랑이다. 경건한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삶에서 돌이켜, 하나님 중심의 삶을 살아간다. 성경을 묵상하고, 말씀의 의미를 알아가면 알아갈수록, 하나님을 향해 경외하는 마음을 품으며, 주님을 목적 삼는 삶이 영원한 생명의 길임을 깨닫고 그 길을 걸어가게 된다. 영적인 훈련은 자신에게 유익이 될 뿐만 아니라, 경건함으로 다른 사람을 세워주기에 모든 것에 유익하다. 경건의 훈련은 특별한 시간이나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일상 중 어떠한 상황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혼자 있는 순간에도 마음이 흔들리거나 태만하지 않을 때 그야말로 경건한 삶의 깊이는 더해진다고 할 수 있다. 매사에 지극히 정성스러운 마음을 기울여야 한다. 자신이 헌신적일 때 세상은 그만큼 가치 있고 소중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종종 첫사랑, 처음 마음을 떠올리곤 한다. 익숙한 상태를 그냥 지속하려는 관성, 매너리즘에 자주 매몰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정성을 담아 10년을 하면 큰 힘이 되고, 20년을 하면 두려울 만큼 거대한 힘이 되고, 30년을 하면 역사가 된다는 중국속담이 있다. 매 순간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희망이 싹트고 풍성한 열매를 거두는 것은 분명한 이치다. 주어진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정성과 최선을 다할 때 지금보다 더 나은 경건의 자리에 이르게 될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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