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쓸쓸한 죽음 ‘godoksa’
몇 해 만에 옷장 속에 묵혀두었던 목도리와 장갑을 꺼내 착용하기 시작했다. 나라 곳곳에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동장군의 기세가 얼마나 등등한지 사람들은 잔뜩 움츠리며 종종걸음을 한다. 동장군이라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이다. 이 강력한 추위에 난방이 적절하지 않은 실내에서 지내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은 아니겠다.
올해 12월 들어 한랭질환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유독 더 마음이 쓰이는 소식은 지난해 고독사 중 50·60대 남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케이블 뉴스 채널 CNN은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한국 중년 남성의 고독사(godoksa)”에 관심하면서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율, 낮은 출산율로 인한 노동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노인 부양인구 감소 등을 고독사의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고독사는 개인 차원의 현상이지만 주로 빈곤, 질병 등에 대한 사회안전망의 부재, 가족이나 사회적 관계망의 단절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차원의 대응과 노력이 요구되는 문제이다. 또한 사후 처리에 대한 사회적 비용과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회 구성원들의 심적인 불안을 초래하여 지역사회에 부작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개입이 요구되는 사회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 고독사 문제는 2000년 중후반부터 독거노인 중심으로 다루어졌지만, 최근 들어 고독사가 전 연령대로 확장되면서 전 생애 정신건강의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2021년 시행중인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서는 고독사를 ‘가족, 친척 등 주변 사람들과 단절된 채 홀로 사는 사람이 자살·병사 등으로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일정한 시간이 흐른 뒤에 발견되는 죽음’으로 정의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파악과 이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지만, 고독사는 사후에 발견되고 공식적인 통계가 부재하여 그 실태를 명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급증하고 있는 중년층의 고독사는 오랜 지병이나 실업과 이혼 등으로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경우가 많고 코로나의 영향으로 다들 더욱 외롭고 고독한 시절을 보내고 있어서 사회의 관심이 적었던 것도 급증의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여성보다는 독신 남성이 건강관리와 가사 활동이 수월하지 않아 질병 악화를 초래한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볼 수 있겠다. 국가 발전에 젊음을 바쳐 왕성한 활동을 했지만 노후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이혼이나 사별의 위기는 큰 스트레스로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심리적 고독감이나 우울감은 그들의 삶의 질을 급속히 저하시켰을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초연결 사회의 인간관계에서 경험하는 어려움 중 하나는 관계 속에서 느껴지는 고독감 혹은 외로움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문장이 보여주듯, 우리는 오히려 많은 사람 속에서 고독감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초연결된 사회에서 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피상적 관계로 인한 고독감은 더욱 심각하다. 몸이 추운데, 마음의 추위까지 겹쳐져 이를 견디지 못하고 고독사하는 이 땅의 사람들을 기억해야 할 때이다. 고독사 예방을 위한 정부 차원의 복지시스템을 든든하게 세워가는 것은 물론, 돌봄의 사회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가운데 사회적 고립과 우울 등이 심한 이들을 위한 교회 차원의 예방적 개입이 절실히 필요하다. 교회는 이제껏 그래왔던 것처럼, 지역사회에 형제적 역할을 감당해야 함은 물론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연대와 책임을 공유해야 한다. 이 땅에 평화로 오신 예수 이름의 가치를 다시 들고 일어설 때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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