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다고 말하지 말아요
주일 예배가 끝나갈 즈음 휴대전화가 울린다. 낯선 전화번호다. 확인해 보니, 이틀 전 방문했던 기관의 한 이용자가 코로나에 확진되었다며 자가 검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참가해야 하는 회의가 있어 주섬주섬 챙기던 가방을 내려놓고 미리 사두었던 자가 검사 키트를 꺼냈다. 코 깊숙이 면봉을 찔러 넣었다. 눈물이 찔끔거린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린다. 한 줄, 음성이다. 코로나 확진자가 5만 명을, 재택치료자가 20만 명을 훌쩍 넘으며 코 밑까지 와서 위협을 가한다.
2019년 12월 중국에서 처음 발생해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19는 사람들 간 대면접촉을 기피하는 언택트 문화의 확산 등 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일으켰다. 변화가 일상화되면서 인류의 역사는 코로나19 이전(BC, Before Corona)과 이후(AC, After Corona)로 나뉠 것이라는 예측을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로 인해 인류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대변화를 맞은 가운데 물리적 접촉이 최소화되면서 인간관계에 변화를 가져왔다.
교육이나 회의, 상담이나 개인적인 만남까지도 온라인을 이용하다 보니 대면보다는 비대면이 익숙하고 편리해졌다. 사람을 직접 만나고 싶은 갈망이 있으면서도 접촉에 대한 불안과 긴장감에 섣불리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기업들은 앞다투어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고, 그 덕에 사회적 대면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속에서만 활발히 움직이게 되었다. 사물의 표면 접촉에 대한 두려움, 이방인 증오 및 편견 강화, 반복적으로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등으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변화와 불확실성은 스트레스를 불러온다. 그것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면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압박감에 무너지게 된다. 인간관계에서 얻는 친밀감을 인생의 주요한 의미로 두고 살아온 사람에게 지금의 변화는 괴로울 것이다. 자신을 지지해주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도움을 받고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게 인간의 본성이다. 사회적 교류를 통한 소속감은 인간의 본성을 충족시키지만 현재 우리에게 닥친 충족감의 결여는 정서적 결핍이라는 부정적 상태로 우리를 밀어 넣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는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가장 큰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시기에 어떻게 삶을 보내야 할까. 무엇보다 현재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삶의 의미와 가치는 결국 내가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을 수용하는 데 있다. 거창한 희망과 소망이 아니더라도 조금 더 우리의 삶에 가까이 있는 것들에 시선을 둘 수 있다. 바꾸지 못하는 상황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 내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것을 찾아보면 어떨까. 불확실한 상황을 생각하며 스스로 괴롭히는 것보다는 내 삶에서 중요한 것을 찾아 거기에 마음과 생각을 두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음악을 듣거나, 친한 친구와 통화를 한다거나, 볕 좋은 날 카페에서 차 한잔과 분위기를 즐기거나, 바다를 보러 간다거나, 올림픽에서 보여주는 멋진 승부에 환호하는 등의 소확행을 찾을 때 스트레스가 풀렸다고 하지 않는가.
희망은 있다. 일상생활에서 소중한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는 희망, 때에 따라서는 나의 역할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잃지 않는 것이다. 끝나기만을 기다리며 외로워하기에는 지금 지나가는 시간이 너무나 아깝다. 가까이에 있는 것의 소중함을 느끼며 마음과 생각을 바꾸어 가다 보면, 코로나 이후의 결과는 생각보다 밝을 것이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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