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은 늘 타오르고 있다
새옹의 말(馬)로 인간사를 비유한다는 것이 아주 적절한 비유인 듯하나 한편으로는 씁쓸하게 느껴진다. 인생이라는 게 언제 어느 때에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행운과 재앙의 반복이라니 말이다. 변화가 많아서 예측하기 어려운 인생, 순리를 따른다 해도 내 뜻과 계획은 유효하지 않은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다.
근 20여 년 전, 목사 안수를 받자마자 목회상담센터로 기관 파송을 받아 일하였다. 여성 목회자로서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것이 행복했다. 덕분에 열정을 쏟아부으며 10여 년 가까이 일하면서 전문가로서의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계속될 것만 같았던 분홍빛 미래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럴싸한 모양새를 갖추고 새로운 변화를 향해 출범하던 배에서 하차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맞닥뜨렸다. 허무함과 아쉬움에 두어 달을 꼬박 앓아누웠다. 그러나 그것이 계기가 되어 개인 상담실을 오픈하게 되었고 목회상담의 현장에서 꾸준히 터를 다지며 교회를 비롯한 다양한 영역에로 확장해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인생을 살다가 뜻하지 않은 폭풍우에 휩쓸려서 삶이 뒤흔들리게 될 때, 할 수 있는 방법을 다 동원했는데도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때서야 겸손한 자세로 기도하게 된다. 그러나 하늘이 온통 먹구름으로 뒤덮이고 폭풍우가 휘몰아쳐도 구름 위에 태양이 변함없이 빛을 비추는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님은 여전히 내 삶의 현장을 보고 계신다.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며 모든 처지를 보고 우리의 형편을 더 잘 알고 계신다.
모든 위기와 변화의 지점에 믿고 기다려 준 사람들이 있었다. 힘들어 아파할 때 손 내밀어 주고 보듬어 준 사람이 있었다.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을 때 함께 가자며 일으켜 준 사람이 있었다.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로 새 힘을 불어넣어 준 사람이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안개와 같이 사라진 사람이 있는가 하면 진정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였는지 분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님은 그렇게 일하신다.
그러므로 인생이 아무리 캄캄하다 할지라도 단순히 그 어둠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둠 속에서도 우리를 통해 뜻을 이루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는 여전히 순회하고 있음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그때에야 인생의 폭풍우는 절망의 폭풍우가 아니라 우리를 소망과 생명과 신비로 건너가게 해주는 다리가 될 것이다. 그 다리를 건너 찬란하게 동터오는 새벽빛을 마주할 때의 감격은 상상만으로도 벅차다.
지금도 여전히 삶은 불안하기만 하다. 그러나 인생은 새옹지마이다. 그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복을 받았다. 내 자신에게 날아오는 길흉화복의 화살을 잘 받아 다스리면 된다. 그 또한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니 겸허히 수용하고 인정하면 될 일이다. 어두움의 끝과 밝음의 시작, 새벽빛을 따라 흐르는 강물처럼 순리에 따르되 너무 팔랑거리지 않으며 늘 처음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인생이 되기를 두 손 모아 바래본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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