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이렇게 이중적인가

  자기 모순을 마주하는 순간만큼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경험도 드물다. 말로는 그렇게 믿는다고 해놓고 정작 상황이 닥치면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하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생각과 말, 신념과 행동이 어긋나는 순간들이다. 우리는 대개 그 불일치를 적당히 봉합한 채 살아간다. 그러나 자녀나 가족 앞에서는 봉합이 쉽게 풀려버린다. 가장 가까운 관계에서 가장 숨기고 싶던 모습이 드러난다. 나는…

AI의 자리 사람의 자리

  ‘돌본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무게감 있게 다가온 적이 있을까. 가족으로부터 시작해 가까운 지인, 상담의 구조, 목회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이들이 돌봄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누구나 돌봄을 필요로 하기에 누가 누구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무거운 숙제처럼 다가온다. 심리 및 정신건강 분야에 인공지능(AI)의 역할이 빠르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불안을 예측하고, 우울 점수를 계산하며, 자살 위험 신호를…

배려라는 이름의 침묵

  일상에서 종종 망설이게 되는 사소한 순간이 있다. 말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을 때이다. 그 망설임은 대개 배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다. 괜히 무례해 보일까 봐, 분위기를 깨는 사람이 될까 봐, 관계가 어색해질까 봐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것은 상대를 보호하기보다는 내가 불편해지지 않기 위한 결정인 경우가 많다. 말해주는…

공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 앞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짧은 순간, 거의 반사적으로 휴대전화를 꺼내 든다. 급한 연락을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확인해야 할 문자가 있어서도 아니다. 그 몇 초 동안의 시간이 어색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가만히 서 있는 상태, 아무 자극도 없는 순간이 점점 불편해지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의 첫 장면은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로 시작되지만 독자가 멈칫하게 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