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순진하기로 했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찬송가를 부를 때면 가사 속에 담긴 말들이 참 곱고 예쁘다는 생각을 했다. 음정이 맞는지 틀리는지도 잘 몰랐지만, 그 청아한 단어들을 소리 낼 때마다 마음 어딘가가 부드럽게 어루만져지는 느낌이 있었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문득 어린 시절 부르던 찬송가 가사가 입안에 맴돌 때가 있다. 그때마다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아마도 그 노랫말들이 내가 세상을…

세계는 다시 부족으로 돌아가고 있다

  긴장감, 요즘 세계를 바라보며 떠오르는 감정이다. 전쟁은 멀리서 벌어지고 있지만 불안은 일상 가까이까지 들어와 있다. 나는 지금까지 전쟁을 직접 경험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어느 순간부터 전쟁이 마치 코앞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느껴진다. 공기 자체가 달라진 듯하다. 이런 긴장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자신의 편을 찾는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고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는 등을 돌린다.…

아직 이름 붙이지 못한 슬픔

  한 선교사 부부가 동남아시아의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새로운 사역이 시작되었고 모든 것이 하나님의 부르심 안에서 무리 없이 흘러가는 듯했다. 현지인들은 따뜻했고 아이들도 나름 잘 적응해 갔다. 파송 교회와는 화상으로 정기적으로 만나 선교지 상황을 보고하고 사진도 올리고 기도 제목도 나누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자리를 잡은 듯 보였다. 그런데 아내 선교사가 상담 자리에서 이렇게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