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한가운데서
생명이 피어나는 계절, ‘오, 감미롭다’는 감탄사를 자아내는 계절,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다운 계절이 바로 4월이다. 그러나 이상 기온으로 꽃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피는가 하면, 벚꽃이 일찍 피고 연일 비까지 내려 꽃잎이 떨어지면서 지역마다 계획된 축제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꿀벌의 실종, 일상을 삼켜버리는 먼지, 가뭄과 산불, 계속되는 전염병 등 끊이지 않는 재난과 이상 현상을 보며 생태계 교란, 기후 위기라는 심각한 염려를 안고 4월을 지나고 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T.S.엘리엇은 무려 433행이나 되는 장편시, ‘황무지(The Waste Land)’의 첫 소절, 첫 행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황무지에 대표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는 죽음과 구원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 시는 서구 문명에서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들로 드러나는 정신적 메마름, 인간의 일상적 행위에 가치를 주는 믿음의 부재, 생산이 없는 성(性), 그리고 재생이 거부된 죽음에 대한 시라고들 해석한다. 작품의 서두인 1부를 시작하는 유명한 구절에서 드러나듯이 4월은 원래 새 생명이 자라나야 하는 시기임에도 황무지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다. 진정한 재생은 없고 추억으로 고통을 주기 때문이다.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우는데 이 뿌리는 제대로 자라나지 않는다. 뿌리가 자라나지 않는 것은 메마른 황무지의 모습을 부각시켜 주며 생명이 자라나지 않는 불모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어려운 시를 주제로 하지 않더라도 우리의 4월은 여전히 잔인하기만 하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일들이 허다하게 일어나고 미해결된 기억들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거리에서 마약 성분이 든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부모에게 협박 전화까지 하는 경악할 만한 일이 거리에서, 그것도 백주 대낮에 벌어졌다. 돈과 얽히고설킨 사람들은 살인을 청부하고 실제 살인 사건으로까지 이어져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제주 4.3사건은 여전히 우리 역사의 아픈 현주소를 대변해 주고 있고, 이제 곧 4·16 세월호 참사 9주기를 기억하며 마주할 시간이다. 엘리엇의 황무지에서는 사막과 같은 도시에서 소외된 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묘사한다. 이는 황무지의 주민들이 예수의 부활을 인식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정신력의 상실로 인한 절망과 공포 같은 것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그러나 엘리엇은, 타락된 인간들의 삶이 살아 있으나 실상은 죽은 것 같고, 구원의 생명 줄에서 끊겨 절망적인 상황에 처해 있지만, 사도 바울이 충고한 대로 회개하고 돌아와 하나님만 섬기는 신실한 삶을 살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안에서 마음과 생각을 지키리라는 것을 명확하게 전개 시키고 있다. 하나님에 대해 무지한 황무지에서의 사람들은 돈을 우상 숭배하고 자신들의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도시를 배회하지만, 각자가 엘리엇의 경고를 진지하게 경청하고 자신의 잘못을 참회하고 예수님을 주님으로 받아들이는 한 이들을 위한 희망과 구원의 공간은 남아 있다. 4월의 한가운데서, 4월의 남은 공간을 찬란한 부활의 메시지로 채울 가능성이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된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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