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아내와 사별하고 직장마저 잃게 된 노년의 남성이 자살을 반복적으로 시도하면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그 과정 중에 일어나는 내적, 외적 변화를 주된 내용으로 한다. 이를 통해 고령화 시대인 21세기의 중요한 사회문제인 독거노인, 노인 소외와 자살 등을 사실적으로 재현하여 죽음과 나이 듦에 관한 실제적이고 철학적인 숙고를 이끌어 낸다. 노인에 대한 진솔한 이해와 공감을 유도하여 노인 역시 관계 속에 놓인 사회의 구성원임을 보여준다. 노년기가 특별히 부정적이지도, 긍정적이지도 않은 누구나 경험하는 평범한 시기임을 인식시키는 것이다. 한편 오베가 이웃들, 이민자와 환자, 유기동물과 맺는 관계는 사회에서 타자화되는 존재들을 향한 포용의 과정을 보여준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한 산업화, 과학기술의 발달, 인구 고령화, 경제성장 둔화를 동반한 사회적 격변에 따라 세대 간 경험의 격차가 커지게 되었고, 세대 간 문제가 사회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급속한 고령화 현상과 함께 세대갈등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연령대가 다양해질수록 각 세대가 공유하는 경험과 중시하는 가치가 다양하게 분화되고, 각자 다른 시각과 가치관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됨에 따라 서로 다른 세대가 이해하며 공존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세대갈등은 더욱 복잡하고 미묘하게 전개된다.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노인 인구의 증가와 생산인구의 감소는 국가 생산력의 감소, 결국에는 국가 기반의 약화라는 공포로 이어진다. 이 과정에서 노인은 비생산적, 의존적 존재로 여겨지게 된다. 생산하지 못하는 존재로서의 노인은 곧 부양 부담이 되고, 사회문화적 가치관을 둘러싼 세대 간 차이는 세대갈등을 두드러지게 한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며 대접받고 싶어 하는” 꼰대로서 노인의 이미지가 확산되어 있다. 미디어에서 노인과 젊은 세대 간의 갈등은 자주 등장하는 소재이며, 종종 노인은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러나 노인 세대 역시 세대 간 갈등을 일방적이기보다는 상호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통약자석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세대갈등에 대해서도 일부 그러한 노인들의 행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노인들 스스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젊은 세대가 불편하게 느끼는 노인의 모습은 일부일 뿐이고, 그분들의 삶 전체를 함부로 평가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다. 오베를 통해 보았듯이 관점의 차이, 살아온 방식의 차이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포용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년기는 어느 날 갑자기 닥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 온 과정이기 때문에 수많은 외적 사건들과 내적 변화들을 겪고, 이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적응하게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년기의 긍정적 의미를 발굴해 낼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형성되어야 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나무>중에서 ‘황혼의 반란’에 보면, “노인 한 명이 죽으면,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표현이 있다. 노인들의 경륜과 지혜는 도서관에 비할 만큼의 소중한 보물이다. 노인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그분들의 경험을 존중하는 사회가 될 때 건강한 미래도 있을 것이다. 2050년에는 우리나라 고령 인구 비율이 세계 2위로 예상된다고 한다. 정치 상황에서 노인들의 표는 각종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다. 노인들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훨씬 높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에 있어 노인의 역할과 중요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번 대통령선거 후보자 중에서 실질적이면서도 건강한 미래를 펼쳐갈 노인정책을 공약하고 있는 후보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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