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가장 활기를 띠는 곳이 운동시설이 아닌가 싶다. 그 흐름에 합류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 과연 몇 날이나 열기를 이어 갈지 손가락을 꼽아가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얄팍한 웃음들을 지어 보였지만 언제나 그렇듯 발을 내디딘다는 것은 시간을 꿰어간다는 것이니 그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시간인가.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른다. 살아있는 어떤 존재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다. 시간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나타났다 사라진다. 생성과 소멸의 주체가 시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시간을 소유할 수도 없고 멈출 수도 없으나 시간 안에서의 질적인 차이는 얼마든지 스스로 만들어 갈 수 있다.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강물처럼 흘러가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끊임없이 과거를 곱씹으며 산다.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미래의 방향을 찾는다. 과거는 기억을 통해서 끊임없이 되살아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과거의 기억은 현재의 생각과 기분, 앞으로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의식 위로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기억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은 지나가 버리지만 지나온 시간들은 어딘가에 남아 현재의 나를 존재하게 한다. 고되고 험난한 인생을 살았던 한 여성은 아침이라는 시간을 새롭게 만드는 과정을 통해 소위 성공이라는 이름표를 달았다. 자신의 목숨까지도 내어주고자 했던 그녀는 어두운 삶의 현실을 밟고 떠오르는 태양 위로 뛰어올라 다시금 자신의 인생을 찬란하게 그려갔다. 물론 그 시간들 역시 편치는 않았다. 여전히 실패했고 여전히 절망했다. 그러나 그녀의 고된 과거의 경험과 아픈 기억은 오히려 그녀를 일어서게 하는 발판이 되었다. 타인의 몸과 마음에 뜻하지 않게 상처를 주었던 한 남성은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웠고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서서히 자신을 고립시켰다. 원가족의 지지와 격려가 부족했던 그는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었고 대인을 기피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은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았고 앞으로 살아갈 일이 막막하여 삶의 끈을 놓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치료를 통해 왜곡된 마음을 추스르긴 하였으나 ‘그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는 갈망은 쉬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은 의식 속에서 재편집된다. 과거의 어떤 순간과 만나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다르게 다가오게 된다. 기억은 기억을 부르고 기억하는 순간과 결부되어 재구성되고 변형된다. 기억은 파편처럼 떠오른다. 사건의 발생순서는 기억에서는 무의미하다. 기억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고 펼쳐진 기억들은 감각적인 연결고리를 가지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다가오게 된다. 지나가는 시간들, 다가오는 시간들이 반복되는 우리의 삶 속에서 어쩌면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 과거의 이미지들을 토대로 현재를 재구성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기억을 통해 과거는 현재에 영향을 주며 미래로 나아가는 토대가 된다. 과거에 어떤 경험을 했느냐보다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고 의미화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질적인 차이가 발생한다. 의미화되지 않은 시간들은 삶에서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지난 시간을 사라진 것으로 치부하느냐 아니면 현재를 맞이하는 이정표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의 농도가 달라진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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