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가리지 말아요
두렵거나 불쾌한 상황에서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자동적으로 취하는 행동을 정신분석학에서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라고 부른다. 불안이나 공포, 분노 등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습성을 가지고 내면의 균형과 평안을 위해 애쓰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방어기제는 적당히 작용해야 대면하기 어려운 내면의 감정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가 있다. 그러나 방어기제를 잘못 쓰거나 너무 과도하게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든 인간은 본능과 사회적 규범 사이의 갈등이 빚어내는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을 추구하려 한다. 이때 개인이 취하는 자구책이 방어기제이다. 방어기제는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기보다 다른 사람이나 상황을 탓하는 일, 어른에게 야단맞고 애꿎은 강아지에게 화풀이하는 일 등 모든 인간의 심리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프로이드는 인간의 정신영역이 원초아, 초자아, 자아의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원초아는 우리가 흔히 본능이라고 부르는 것으로 순간적인 욕구충족, 즉 쾌락 원리의 영향을 받는다. 초자아는 도덕, 양심, 사회적인 규칙 등이 내면화되어 있는 상태로 도덕적, 금욕적 원리의 지배를 받는다. 그리고 자아는 현실원리에 따르는 것으로 앞의 두 영역이 갈등을 일으킬 때 중재하는 역할을 한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갈등과 불안을 해소하고 안정을 추구하려 할 때, 방어기제는 재빠른 대응책이 된다. 적당한 방어기제는 생활에 대한 적응도를 높여주기도 한다. 특별히 이해하기 어려운 방어기제 중에 반동형성(reaction formation)이라는 것이 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우리 속담처럼 시누이가 말리는 행동은 본심이 아니라는 사실을 얻어맞는 며느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법이다. 이처럼 반동형성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흔히 나타나는 방어기제로 겉으로 드러난 태도나 행동이 마음속에 감추어진 내용과 전혀 상반된 경우를 말한다. ‘미운 자식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도 이에 해당된다. 가난에 허덕이던 노인이 한숨을 쉬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죽음의 신은 나 같은 늙은이 안 잡아가고 어디서 뭐하나?” 이때 죽음의 신이 나타나 무슨 일로 자기를 불렀느냐고 물었다. 노인은 당황해서 자신의 말을 얼버무리고 말았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면 반드시 후회하게 된다는 점을 강조한 이야기다. 남에 대한 배려가 지나친 사람에게는 남에게 잔인에게 대하고 싶을까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다. 지나치게 깔끔한 사람의 마음에는 아주 더럽게 살고 싶은 욕구가 숨겨져 있다. 얻어맞은 아내가 때리는 남편을 떠나지 못하고, 학대받는 아이들이 학대하는 부모를 버리지 못하는 것도 동일한 이유에서이다. 이타주의의 뒤에는 이기주의가, 부모에 대한 복종의 밑에는 반항심이, 순결을 지키려는 마음 아래에는 성적 욕구가 숨어 있는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이러한 방어기제들은 마음을 덜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방어기제를 너무 즐겨 쓰고 그것이 내 안에 굳어지면 방어기제가 마음의 진실을 가리게 된다. 그리고 증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내 마음의 진실을 알려면 내가 무엇을 방어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내가 진정 원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미성숙한 방어기제가 성숙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도록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의지적 노력이 필요하다. 타인의 방어기제에 대해 왜곡되었다고 지적하거나 충고하는 것은 역효과를 거두기 쉽다. 이러한 방법은 더욱 큰 불안을 유발하며, 불안은 방어기제를 더욱 견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적당한 수용적 태도와 개인이 아닌 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현명한 안내가 필요하다. 김화순∥중앙연회부설 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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