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부지런히 갈고닦아
말기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는 호스피스 전문의 오츠 슈이치는 그의 책 [죽을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에서 일곱 번째 후회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았더라면”을 꼽고 있다. 살면서 감정조절이 필요했던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휘몰아치는 폭풍 같은 감정을 드러내 놓고는 후회하고 반성하며 앞으로는 적절하게 대처하리라 마음먹지만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감정에 대한 반응은 뇌의 습관의 영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어서 마음먹는다고 쉬 바뀌지 않는다.
운전 중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 같은 난폭운전자를 보며 치솟는 불쾌감, 상식적인 선에서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에 대한 답답함, 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유독 나만 작고 초라한 존재인 것 같은 느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난 빈자리에서 느끼는 상실감과 외로움, 사람들 앞에서 실수했을 때 붉게 달아오르는 수치심, 끈질긴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해 주지 않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 언제 어느 때 불어닥칠지 모르는 통제할 수 없는 일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등 거의 모든 순간 우리는 다양한 종류의 감정을 느끼며 생활한다. 사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기능이 갖추어져 있다. 어떠한 극도의 상황 가운데서도 그것을 참고 조절하거나 상황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아무리 배가 고파도 도둑질을 하지 않을 수 있고, 불쾌함을 자아내는 사람을 보아도 관대한 태도를 취할 수 있으며, 매력적인 이성 앞에서 추한 행동이 아니라 점잖은 매너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안과 강박, 수치심과 분노, 본능을 통제하기 어려운 일들이 만연하기에 연약한 우리는 대처한다 해도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을 많이 경험해도 여전히 허전하고 외로우며, 누군가 건드리기만 하면 준비되었다는 듯이 분노를 폭발시킨다. 부정적인 감정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면, 개인의 정신건강을 헤치는 것은 물론 사회도 병들게 한다. 누구나 감정을 잘 조절하면서 평안을 누리며 살기를 바란다. 감정을 조절한다는 것은 무조건 참는다거나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감정이라는 것이 억압한다고, 쌓아둔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에 적절하게 감정의 강물을 흘려보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맘껏 소리 내어 웃을 수 있고 엉엉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도 있다. 때로는 화를 낼 필요도 있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춤을 출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의 실체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알아차리는 순간 그 감정에 함몰되지 않고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지금 현재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는, 감정의 실체가 무엇인지 명확해지고 나면 상황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분노를 일으켰던 사람과 상황에 대한 다른 관점의 해석이 가능해진다. 중요한 것은 습관이 되도록 이를 생활 속에 적용하는 일이다. 자신이 주로 경험하는 부정적인 감정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어느 때에 그 감정이 폭발적으로 드러나는지 인지하고 그때마다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대처법을 마련하고 적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경은 우리에게 “모든 지킬 만한 것 중에 더욱 네 마음을 지키라”(잠4:23)고 가르친다. 우리가 무엇보다 마음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마음의 무너짐이 모든 것을 무너지게 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리의 모든 것을 동원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최대한 제거해야 마음을 지킬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마음을 지키는 최고의 무기이자 최고의 방패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말씀으로 이 땅에 오신 주님의 성탄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다. 부정적인 감정에 치우쳐 후회가 가득한 허망한 인생이 아니라, 마음을 부지런히 갈고닦아 강인한 정신력으로 평화가 충만한 삶을 기대하며, 메리 크리스마스! 김화순∥심리상담센터 엔, 한국감리교선교사상담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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